이순호 예탁결제원 신임 사장.
이순호 예탁결제원 신임 사장.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금융위원회의 최종 승인으로 3일 신임 사장 임기를 시작했다. 이 신임 사장은 임기 첫날인 이날 한국예탁결제원 부산 본사에 들러 업무를 공유하고 고충을 들을 방침이다. 다만 부산본사 출근 첫날인 이날 노동조합원들의 저지에 이 신임 사장은 출근 15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3일 예탁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예탁원 신임 사장 의결안을 승인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예탁원은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 연구위원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신임 사장은 임기 첫날을 부산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다만 이 사장의 선임을 반대하는 부산본사 노조원들의 반발이 있는 상황이어서 출근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 신임 사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첫 업무활동은 본사에서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부산으로 왔다"며 "다음 주까지는 이곳에서 노동조합과 주요 관계자분들과 소통하고 업무를 보면서 본사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사장은 임기 초반 최우선 과제로 '노사 화합'을 꼽았다. 앞서 예탁원 노조는 이번 사장 선임 절차에서 일찍이 이순호 신임 원장의 내정설이 돈 것을 두고 '낙하산 인사'라며 피켓시위를 벌여왔다. 이 신임 사장이 자본시장 인프라 기관인 예탁원 업무와 무관한 은행법 전문가라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이를 두고 이 신임 사장은 "예탁원이 자본시장에서 맡는 중요 업무들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그 전에 노동조합 측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화를 나눠가며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예탁원 중요 현안에 대해서도 노조와 수시로 상의하면서 입장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일 이순호 신임 사장과 예탁원 부산본사 노조원들의 모습. 사진=노조
3일 이순호 신임 사장과 예탁원 부산본사 노조원들의 모습. 사진=노조
이 신임 사장은 또 "일부에선 대관 능력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는데, 이 부분은 큰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정책을 연구하면서 두텁게 쌓아온 네트워크가 있고, 업계를 대변해 설득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치권이든 감독당국이든 열심히 나서서 해결하고자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낮은 자세로 임하되 해야 할 일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탁원 업무 중 우선적으로 파악 중인 현안으로는 토큰증권(ST) 사업을 언급했다. 예탁원은 토큰증권의 외형적 요건을 심사하고 발행 총량을 관리하는 등 업무를 맡게 됐다. 때문에 관련 협의체를 꾸려 토큰증권시장 내 전자등록기관으로서의 예탁원의 역할 범위를 분명히 하고, 각 이해관계자가 어떤 사업계획과 전산개발안을 갖고 있는지 선제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신임 사장은 "토큰증권 업무가 제일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이제 임기 시작이어서 관련 업무가 완전히 숙지된 상황은 아니다"면서 "표준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하나하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신임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금융위원회 자체 평가위원, 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 등을 지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