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2일 포스코그룹은 철강업을 영위하는 포스코를 사업회사로 떼어내고 포스코홀딩스의 이름으로 지주회사를 세웠다. 1968년 포스코 설립후 54년만에 지주사 제제로 전환한 것으로 포스코홀딩스는 단순히 지주사 뿐 아니라 투자나 사업도 함께 하는 방식으로 그룹 체질을 변화시켰다. 이를 두고 '제2의 창사'라는 의미도 그룹 안팎에서 부여됐다.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변한 지 1주년이 되는 지난 2일 포스코그룹은 조용했다. 자료를 내지도 않고, 행사를 열지도 않았다. 오히려 삼일절과 주말 사이 목요일과 금요일을 개인 연차를 적용하고 서울 본사는 휴무체제로 전환하며 사실상 휴일로 보냈다. 1년전 포스코홀딩스 주식회사라고 쓰여진 파란 깃발을 세차게 흔들던 최정우 회장도 이날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쉰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창사'로 떠들석하게 출범한 지주사의 첫 생일을 조용히 지나간 셈이다.
최정우 포스코 그룹회장이 지난해 3월 2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한경DB
최정우 포스코 그룹회장이 지난해 3월 2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한경DB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성과가 없던 건 아니다. 지주사가 된 포스코홀딩스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육성키 위해 △철강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Agri-Bio) 등을 7대 핵심사업으로 선정하고 그룹 체질 개선에 앞장섰다.

특히 반세기를 이끌었던 그룹의 주력 산업인 철강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성공적으로 찾아 결실도 맺고 있다. 2차전지에 들어가는 자원을 확보하고,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전구체 등을 생산하며 2차전지 소재 분야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것이다. 덕분에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미국 GM으로부터 양극재와 음극재 15조원 어치를 수주했고, 올초엔 삼성SDI로부터 40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따내는 '대박'도 터뜨렸다.

이런 성과로 자축을 해도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을 환경을 구축하고도 1주년을 그냥 흘려보낸 것에 대해 그룹 안팎에선 대통령실과 여당과 소원해진 관계를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은행과 KT 등의 CEO(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을 문제삼으며 해당 기업을 옥죄고 있는데, 주주총회를 앞둔 포스코가 그 시기에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정치적인 의미는 전혀 없으며, 작년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스코가 비상경영에 들어가 행사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