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크기 농지서 수출 세계 3위…네덜란드 기술혁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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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서유럽에 위치한 저지대 국가로, 4만1500여㎢의 작은 국토를 가진 나라다. 이 중에서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강이나 호수 등을 제외하면 실제 육지 면적은 3만300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상남·북도 면적 약 3만㎢와 비슷한 규모지만 네덜란드의 농산물 수출액은 2021년 기준 1084억달러로 세계 3위에 달한다. 좁은 국토, 작은 경작지, 집적한 인구밀도 등 불리한 물리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혁신에 집중해온 결과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플로팅팜은 세계 최초의 수상 농장으로 가축 사육이 가능한 토지가 부족해질 경우에 대비해 시작된 실험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농장은 강 위에 떠 있는 3층 건축물 맨 위층에는 젖소를 사육하고 유제품을 가공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농장을 운영하는 피터 판 빙거든씨는 2012년 뉴욕에서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맨하탄이 고립됐을 때 플로팅 팜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당시 허리케인 때문에 도시가 고립되자 상점에서 음식이 동나는 것을 보고 지역에서 소비할 제품은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2012년에 구상한 수상 농장은 네덜란드 정부의 허가를 받는데 7년의 시간이 걸렸고 2019년에야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플로팅 팜의 젖소가 먹는 음식의 60%는 지역 사회에서 조달한다. 지역 내 양조장에서 술을 만들면 생겨나는 폐곡물과 야채 경매장, 푸드뱅크 등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 등을 무상으로 얻는다. 농장은 무료로 소에게 줄 음식을 얻고, 지역은 비용을 치르고 폐기해야 할 음식을 무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띠고 있는 것 역시 특징이다.
플로팅 팜은 최신 농업기술의 결집체이기도 하다. 소에게 먹이를 줄 때도 먹이를 주는 일종의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배급하고, 소의 배설물은 기계를 통해 수집해 바로바로 처리한다. 배설물을 바로바로 처리하기 때문에 농장 내부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소 농장 특유의 배설물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수상 농장은 앞으로도 농장에 적용되는 자동화 비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인근 대학 등 교육기관과 각종 단체가 새로운 농업 기술을 테스트해보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효율적인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탓에 수상 농장의 생산 비용은 일반 농장에 비해 높다. 이 때문에 수상 농장은 소의 배설물을 비료로 가공해 판매하는 등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도입해 농장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세계원예센터는 농업 분야 지식공유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원예센터 인근에는 네덜란드의 대규모 화훼 도매 센터 등 농장과 농업 관련 기관들이 집적해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 정보를 공유한다. 네덜란드 기업이 판매하는 온실·날씨 분석 시스템 등의 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세계원예센터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세계원예센터는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수많은 농업 전문가와 행정가들이 방문해 네덜란드의 선진 농업 기술과 시스템을 습득하는 배움의 장이다. 푸크 반 홀스테인 세계원예센터 경영책임자(CEO)는 “매년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네덜란드 세계원예센터(World Horti Center)를 방문하고 그 중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다”며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배우는 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세계원예센터는 시설 농작을 위한 기술 연구·개발(R&D)과 보급, 교육 등을 담당한다. 이곳에서 연구기관과 기업, 교육기관 등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세계원예센터 연구자들은 노지 재배, 시설재배, 식물공장 등 여러 상황에 맞춰 작물을 재배할 때 필요한 농약 사용량, 물 사용량, 에너지 사용량 등을 비교해 수치로 제공한다. 변수가 많은 농업을 가능한 데이터화해 노하우를 널리 보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시설과 시스템을 통해 환경을 통제하고 균일한 작물을 길러내도록 하는 셈이다. 루벤 칼크만 봄 그룹 영업부장은 “농작물을 수출하려면 수출할 나라에 필요한 작물과, 그에 필요한 탄소 배출량, 물 사용량 등 조건을 맞춰야 한다”며 “우리는 그런 특정 조건에 맞추는 기술로 어떤 고객의 요구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네덜란드의 온실 기술과 날씨 분석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들도 세계원예센터에 전시장을 만들고 국내외 업계 관계자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리더 등 기후 분석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는 쿠보, 봄 그룹 등 온실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한다. 쿠보는 우리나라의 대영지에스 등 스마트팜 관련 기업과 협력 중이다. 네덜란드 기업들은 때로는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에 놓이기도 하지만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상호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알옌 옛맨 리더 국제영업 부장은 “농장이 커지면 같은 재배 면적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이 규모의 경제 때문에 줄어들기 때문에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데니스 반 라이더 쿠보 수출부장 역시 “네덜란드도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작은 농장들이 힘을 합쳐 규모를 키우는 과정을 거쳤다”며 “농장과 사람들이 연대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이 쥐고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로테르담·베스틀란트=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식량 자급 프로젝트…로테르담 수상 농장
네덜란드는 농·축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온실 기술과 농업 자동화 기술 등 첨단기술을 농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네덜란드 농장에서는 사료 급여와 분뇨처리, 가축 개체별 관리 등 모든 과정에 기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최근에는 좁은 국토 면적을 극복하기 위해 강 위에 수상 농장을 지어 지역의 식량 자급을 돕는 실험적인 농장이 등장했다.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플로팅팜은 세계 최초의 수상 농장으로 가축 사육이 가능한 토지가 부족해질 경우에 대비해 시작된 실험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농장은 강 위에 떠 있는 3층 건축물 맨 위층에는 젖소를 사육하고 유제품을 가공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농장을 운영하는 피터 판 빙거든씨는 2012년 뉴욕에서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맨하탄이 고립됐을 때 플로팅 팜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당시 허리케인 때문에 도시가 고립되자 상점에서 음식이 동나는 것을 보고 지역에서 소비할 제품은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2012년에 구상한 수상 농장은 네덜란드 정부의 허가를 받는데 7년의 시간이 걸렸고 2019년에야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플로팅 팜의 젖소가 먹는 음식의 60%는 지역 사회에서 조달한다. 지역 내 양조장에서 술을 만들면 생겨나는 폐곡물과 야채 경매장, 푸드뱅크 등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 등을 무상으로 얻는다. 농장은 무료로 소에게 줄 음식을 얻고, 지역은 비용을 치르고 폐기해야 할 음식을 무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띠고 있는 것 역시 특징이다.
플로팅 팜은 최신 농업기술의 결집체이기도 하다. 소에게 먹이를 줄 때도 먹이를 주는 일종의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배급하고, 소의 배설물은 기계를 통해 수집해 바로바로 처리한다. 배설물을 바로바로 처리하기 때문에 농장 내부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소 농장 특유의 배설물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수상 농장은 앞으로도 농장에 적용되는 자동화 비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인근 대학 등 교육기관과 각종 단체가 새로운 농업 기술을 테스트해보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효율적인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탓에 수상 농장의 생산 비용은 일반 농장에 비해 높다. 이 때문에 수상 농장은 소의 배설물을 비료로 가공해 판매하는 등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도입해 농장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기업·농장 간 투명한 협업이 비결
네덜란드가 이 같은 기술혁신을 이뤄낸 중심에는 농업 분야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기업 간 적극적인 협력이 자리하고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 농장이라도 자신들의 성공 노하우 또는 실패 사례를 공유하고 최적의 해법을 찾아 나간다는 것이다. 기업뿐 아니라 같은 작물을 길러내는 작은 농장 여럿이 연계해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기도 한다.세계원예센터는 농업 분야 지식공유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원예센터 인근에는 네덜란드의 대규모 화훼 도매 센터 등 농장과 농업 관련 기관들이 집적해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 정보를 공유한다. 네덜란드 기업이 판매하는 온실·날씨 분석 시스템 등의 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세계원예센터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세계원예센터는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수많은 농업 전문가와 행정가들이 방문해 네덜란드의 선진 농업 기술과 시스템을 습득하는 배움의 장이다. 푸크 반 홀스테인 세계원예센터 경영책임자(CEO)는 “매년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네덜란드 세계원예센터(World Horti Center)를 방문하고 그 중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다”며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배우는 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세계원예센터는 시설 농작을 위한 기술 연구·개발(R&D)과 보급, 교육 등을 담당한다. 이곳에서 연구기관과 기업, 교육기관 등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세계원예센터 연구자들은 노지 재배, 시설재배, 식물공장 등 여러 상황에 맞춰 작물을 재배할 때 필요한 농약 사용량, 물 사용량, 에너지 사용량 등을 비교해 수치로 제공한다. 변수가 많은 농업을 가능한 데이터화해 노하우를 널리 보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시설과 시스템을 통해 환경을 통제하고 균일한 작물을 길러내도록 하는 셈이다. 루벤 칼크만 봄 그룹 영업부장은 “농작물을 수출하려면 수출할 나라에 필요한 작물과, 그에 필요한 탄소 배출량, 물 사용량 등 조건을 맞춰야 한다”며 “우리는 그런 특정 조건에 맞추는 기술로 어떤 고객의 요구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네덜란드의 온실 기술과 날씨 분석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들도 세계원예센터에 전시장을 만들고 국내외 업계 관계자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리더 등 기후 분석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는 쿠보, 봄 그룹 등 온실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한다. 쿠보는 우리나라의 대영지에스 등 스마트팜 관련 기업과 협력 중이다. 네덜란드 기업들은 때로는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에 놓이기도 하지만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상호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알옌 옛맨 리더 국제영업 부장은 “농장이 커지면 같은 재배 면적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이 규모의 경제 때문에 줄어들기 때문에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데니스 반 라이더 쿠보 수출부장 역시 “네덜란드도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작은 농장들이 힘을 합쳐 규모를 키우는 과정을 거쳤다”며 “농장과 사람들이 연대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이 쥐고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로테르담·베스틀란트=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