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만 만나면 POG…'인간 상성' 입증한 비디디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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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지난 2일 열린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23 스프링 시즌 2라운드의 KT롤스터와 젠지 e스포츠의 대결에선 또 한 번 KT가 웃었다. 지난 1라운드에 이어 젠지를 다시 한번 꺾어 이번 시즌 완벽한 ‘천적’ 관계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디플러스 기아와 T1에 연이어 패배하며 가라앉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젠지를 꺾는데 ‘일등 공신’으로 1세트와 3세트 모두 비디디(곽보성)가 꼽혔다. 그는 1세트에는 자신을 상징하는 챔피언인 아지르로 9킬 0데스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3세트에는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꺼내 들어 중요한 순간마다 플레이메이킹을 성공시키며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놨다. 경기 당일 데뷔 7주년을 맞이한 그는 단독 POG(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 Player of the Game)라는 영광스러운 선물을 받았다. 현재까지 POG 포인트를 총 600점 획득하며 젠지의 쵸비(정지훈)와 동률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재밌는 점은 비디디가 이번 시즌 젠지와의 경기 때마다 POG 포인트를 획득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11일 치러진 젠지와의 1라운드 매치 3세트에서도 그는 시그니처 챔피언인 아지르로 맹활약하며 에이밍(김하람)과 함께 POG에 올랐다. 600점의 POG 포인트 중 절반인 300점을 젠지 한 팀을 상대로 올렸다. 팬들 사이에선 “비디디가 젠지의 인간 상성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비디디의 ‘젠지 킬러’ 본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과거 젠지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기 때문이다. 비디디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 젠지에서 주전 미드로 활약했다. 당시에 아쉽게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비디디는 LCK 2020 스프링 정규 시즌 MVP를 차지했고 2021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에 오르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비디디는 2일 젠지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상대가 조금 소극적으로 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같은 팀 소속인 에이밍 역시 승자 인터뷰에서 “젠지 킬러인 비디디와 리헨즈(손시우)가 있어서 마음 편하게 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KT와 젠지의 스프링 정규 시즌 대결은 끝이 났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두 팀의 천적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젠지를 꺾은 KT는 오는 5일 리브 샌드박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스프링 시즌 순위에 플레이오프 일정은 물론 추후 롤드컵 티켓을 위한 챔피언십 포인트가 걸려있는 만큼 양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경기다. ‘KT 롤러코스터’가 상승기류를 이어갈지 아니면 리브 샌박의 모래폭풍이 이를 막아낼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