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찰리 멍거 부회장.  /AFP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찰리 멍거 부회장. /AFP
중국 전기차업체 BYD(비야디)가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판매 실적이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경쟁업체인 테슬라를 크게 앞지르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테슬라 대신 BYD에 투자한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BYD는 지난달 중국에서 승용차 19만 1664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1월(15만 164대)보다 4만 1500대 증가했다. 지난해 2월 9만 268대에서 10만 1396대 늘어나 전년 동기 대비 112% 성장했다.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달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9만 639대로 1월 7만 1338대에서 1만 9301대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9% 늘었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포함) 판매량은 34만 1828대를 기록하며 작년보다 90% 증대됐다.

BYD가 테슬라의 실적을 크게 앞지르는 모습이다. 씨티그룹의 제프 정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해 1~2월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량은 약 6만여대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증가한 수치다. 테슬라는 월별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다. 정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동차 보험 등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테슬라 판매량을 추산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에 테슬라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소폭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여전히 BYD에는 뒤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BYD는 중국에서 전기차 91만여대를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했다. 반면 테슬라는 44만여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10%를 차지했다.

멍거 부회장의 예견이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다. 그는 대표적인 BYD 예찬론자로 꼽힌다. 2008년 BYD 주식 2억 2000만주를 약 2억달러에 매입하며 초기 투자했다. 한 주당 약 1달러인 셈이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BYD 주가는 600% 이상 치솟았다. 지난해부터 버크셔해서웨이는 기술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 BYD 지분을 약 9500만주 매각했다. 지난해 BYD 주식의 최저점(209달러)으로 추산해도 투자금의 200배 이상을 회수한 셈이다.

지난달 멍거 부회장은 데일리저널 화상 연례회의에서 "(BYD는) 가장 선호하는 주식이다"라며 "나는 버크셔해서웨이에서 BYD만큼 좋은 주식에 투자하도록 도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보다 BYD가 좋은 이유에 대해 "간단하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가격을 두 차례 내렸지만, BYD는 가격을 인상했다"며 "BYD는 중국에서 주력 경쟁사인 테슬라를 월등히 앞서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반론도 뒤따른다. BYD가 테슬라에 비해 마진율이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박리다매 전략을 택해서다.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지난해 BYD가 중국에서 판매한 승용차 평균 가격은 대당 3만달러였다. 테슬라 평균 판매가(5만 5000달러)의 55% 수준이다. 수익성 기준으론 테슬라가 앞선다는 분석이다.

멍거 부회장의 선택이 틀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가 흐름에서 테슬라가 월등한 성과를 내서다. 지난 15년 동안 BYD의 주가는 약 6배 뛰어올랐다. 반면 테슬라는 2010년 나스닥에 기업공개(IPO)를 한 뒤 13년간 11배 이상 뛰었다. 상장 당일 공모가는 주당 17달러 수준이었다. 테슬라 주가는 190달러(2일 기준)를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엮인 일화도 유명하다. 머스크 CEO는 2008년 멍거 부회장과 점심 약속을 잡았다. 테슬라에 투자하라고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멍거 부회장은 BYD에 투자했다. 당시 머스크 CEO는 기업가치로 2억달러를 제시했다.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5981억달러에 달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