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경DB
서울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경DB
3월 새 학기를 맞아 전국 유치원들이 입학식을 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래 4년 만의 '노 마스크' 대면 입학식이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등 방역지침이 완화된 덕분입니다. 하지만 일선 유치원에서는 입학식에 학부모 참여를 제한하는 등 여전히 방역 경계를 낮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수도권의 공립 단설 A 유치원은 만 3세 신입생부터 만 4, 5세 진급생까지 원생이 모이는 입학식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연령별로 시간대를 나눠 입학식을 진행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모든 연령의 원생이 모였습니다. 그런데도 입학식은 크게 붐비지 않았습니다. 학부모 1명만 동석할 수 있도록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이 유치원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리면서 학부모들로부터 이번에도 연령별로 나눠 입학식을 하긴 아쉽다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며 "결국 원생이 모두 모이는 입학식을 열기로 했지만, 방역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1명만 동석하도록 제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경우 코로나19에 걸리기도 쉽고, 성인과 달리 위험성도 높기에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수도권의 사립 B 유치원은 4년 만에 대면 입학식을 열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해 학부모 참석을 금지한 채 아이들만 데리고 입학식을 진행했습니다. 입학식을 마치고는 정상 수업을 이어갔습니다. 사실상 무늬만 입학식이었던 셈입니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경DB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경DB
초등학교 안에 자리 잡은 수도권 공립병설 C 유치원의 사정도 비슷했습니다. 초등학교가 입학식을 열기에 유치원도 함께 진행했지만,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입학식이 끝난 후에는 원생과 학부모들을 서둘러 돌려보냈습니다.

이 유치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입학식 이후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학부모가 많았는데, 그럴 여유도 없이 하원 하도록 안내해 아쉬웠다"면서도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감염에 취약하기에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지 않으냐"고 말했습니다.

여러 유치원에서 코로나19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영유아들의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은 만 3세부터 5세까지 다니는데, 생후 6개월~만 4세 영유아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난달 13일 시작됐습니다. 영유아용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8주(56일) 간격으로 3회 접종합니다. 백신을 모두 맞은 영유아가 아직 없다는 의미입니다.

1회차 접종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접종 대상 영유아 34만명 가운데 2월 말까지 백신을 접종한 영유아는 약 100명(0.03%)에 그쳤습니다.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도 500명대에 불과했습니다. 유치원 졸업반이거나 초등학교를 다니는 만 5~11세 연령대 소아의 접종률도 매우 낮습니다. 전체 인구의 1% 수준인 3만여명만 2차 접종을 마쳤습니다.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에 백신 접종 안내문이 걸렸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에 백신 접종 안내문이 걸렸다. 사진=뉴스1
백신 접종률이 낮은 만큼 코로나19에 걸리면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확진된 4세 이하 영유아 입원율은 5.3%에 달했습니다. 12~17세 0.9%에 비해 6배 높은 수치입니다. 17세 이하 입원환자 가운데 4세 이하 영유아가 절반이 넘는 51%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영유아 누적치명률 역시 확진 10만명당 1.49명 수준으로 10~19세 0.54명의 3배에 육박합니다.

치명률을 낮추려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것이 질병관리청의 입장이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기피하는 부모가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맘카페에서는 '코로나19보다 백신 부작용이 더 걱정된다', '어른도 백신 맞고 부작용으로 고생하는데 어린애들을 어떻게 맞추냐'는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소중한 아이가 혹여나 부작용을 겪을까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어린이집, 유치원 입장에서는 감염 위험성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되는 셈입니다. 한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기에 한 명이 감기에 걸려 오면 다음 날 너댓명이 콜록대고 사나흘 뒤면 학부모들도 옮는다"며 "단순한 감기도 그런데 코로나19는 어떻겠느냐. 요즘은 마스크도 쓰지 않다 보니 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질병청 관계자도 "그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부터 4월까지는 확진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이후 첫 학기이기에 경계심이 든다. 기저질환이 있는 영유아는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