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유튜브 가짜뉴스로 얼마 버나 봤더니 [연예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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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유튜브서 성행
"잡고 싶어도 너무 광범위"
"잡고 싶어도 너무 광범위"
트로트 가수 A 씨가 B 씨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합니다."
"인기 아이돌 멤버들이 팬들한테 신체 은밀한 부위를 보여줬습니다."
"인기 배우 C 씨가 D 씨와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는 속도위반 때문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간 루머들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실명으로 버젓이 나가면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지만, '카더라' 뉴스를 만든 유튜버들은 오히려 돈을 벌고 있다. 몇몇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은 유료 구독자를 모으면서 아예 본격적으로 수익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망설에 불륜까지, 자극적인 '썸네일' 경쟁
성악가이자 포레스텔라 멤버 고우림은 최근 가족에 대한 루머에 선처 없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튜브를 통해 확산된 아내 김연아와의 파경설에 대해 칼을 빼 든 것. 고우림의 외도 끝에 김연아와 이혼을 한 것처럼 영상을 꾸몄지만,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였다.중년 배우들의 사망도 단골 키워드다. 배우 김혜은은 김영옥이 사망했다는 가짜뉴스를 유튜브에서 접하고 오열했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백했고, 가수 혜은이는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출연해 유튜브에서 떠도는 자신의 사망설에 대한 고충을 직접 털어놓았다.
배우 박근형 역시 유튜브 채널 '구라철'에 출연해 "유튜브를 전혀 안 보는데, (유튜브) 가짜뉴스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썸네일에는 '82세 박근형 투병 숨기고 촬영 강행하다 끝내 안타까운 일생'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들이 적혀 있었다.
이외에도 불화, 열애, 결혼 등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연예인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항의도 포기한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소속사 고위 관계자는 "괜히 법적 대응을 했다가 내용이 더 크게 회자되는 것을 배우 스스로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워낙 광범위하게 루머가 퍼져 있어 적발도 쉽지 않다"며 "루머를 믿는 사람들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그저 감사해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트로트 인기 타고 가짜뉴스 홍수
트로트 가수들은 가짜뉴스를 만드는 유튜버들이 손쉽게 접근하는 타깃이다. 송가인, 임영웅 등 인기 트로트 가수의 경우 결혼, 임신, 불화, 이혼 등 수많은 키워드로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트로트 가수들의 가짜뉴스를 주로 소비하는 중장년층의 경우 포털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사실 확인을 하는 경우가 적고, 유튜브 발 가짜뉴스들도 '속보', '단독' 등 온라인 기사 형태를 따라 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만들어지면서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KT그룹 계열사 나스미디어가 2021년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보 검색 트렌드 조사에서 40~60대 두 명 중 한 명은 유튜브로 정보를 검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관련 콘텐츠를 지속해서 노출시는 방식인 만큼 가짜뉴스에도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이다.
자신을 송가인의 팬이라고 밝힌 김진성(64) 씨는 "유튜브에서 송가인이 임신했다는 영상을 보고 진짜인 줄 알았는데, 딸에게 물어보니 가짜뉴스라고 하더라"라며 "영상이 넘쳐나다보니 어떤 게 진짜인지, 어떤 게 가짜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가짜뉴스 처벌 비껴가는 유튜브 콘텐츠
유튜브에서 콘텐츠 제작자에게 수익을 정산하는 계산법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10분 분량의 영상에 광고 3개가 붙고, 200만 뷰를 돌파할 경우 2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창출된다고 알려졌다. 1뷰당 1원인 셈이다.
가짜뉴스로 돈벌이를 하고 있지만 이들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나 방송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피해자가 직접 해당 콘텐츠를 파악해 명예훼손 고소를 해야 처벌이 가능하고, 법적 절차에 따른 해결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유명 아이돌 소속사에서 "가짜뉴스를 유포한다"면서 고소 의지를 밝혔던 한 렉카 유튜버의 경우 유료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팬들이 제보하는 내용을 열심히 모아 고소하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대응"이라며 "가짜뉴스에 대한 형량이 높아져서 보다 경각심이 높아지길 바라본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