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점유율이 4%포인트 넘게 올라 45%를 회복했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출하량을 늘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 등도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재고를 처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경쟁적인 재고 처분 움직임이 반도체 가격에 상당 기간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 한발 빠른 D램 재고처분…작년 4분기 점유율 45% 회복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매출은 전분기보다 32.5% 감소한 122억81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위축으로 D램 평균 판매가격(ASP)이 하락한 영향이다. 지난해 4분기 DDR4 제품군과 DDR5 서버 D램 제품군의 가격은 전 분기 대비 각각 23~28%, 30~35% 떨어졌다.

업체별로 보면 세계 1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5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분기(74억달러)보다 25.1% 감소했다. 시장점유율은 40.7%에서 45.1%로 4.4%포인트 올랐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가장 공격적인 가격 경쟁을 펼쳤기 때문에 전반적인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고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처분했다는 의미다.

2위 SK하이닉스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분기(52억4200만달러)보다 35.2% 감소한 33억9800만달러였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28.8%에서 4분기 27.7%로 1.1%포인트 하락했다. 3위 마이크론의 매출은 28억2900만달러로 전분기(48억900만달러)보다 41.2% 급감했다. 시장점유율도 26.4%에서 23.0%로 3.4%포인트 내려갔다. 지난해 상반기 90%를 넘었던 마이크론의 가동률은 지난해 4분기 84%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 열풍에 따른 고용량 D램 수요 증가 기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D램 시장 전망은 ‘신중론’에 가깝다. 하반기부터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가격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일(현지시간)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올해 지속적인 수요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가격 상황은 여전히 ‘도전적’”이라며 “이익률도 회사의 기존 전망치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재고 축소에 나서는 동시에 직원 수를 계획보다 더 줄일 예정이다. 머피 CFO는 “본격적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고 3~5월엔 재고도 줄이겠다”며 “감원 예정 인원도 지난해 11월 계획한 ‘전체 임직원의 10%’에서 15%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반적인 시장 강세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 주가는 1.59%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서버용 D램 시장의 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최근 수개월 동안 둔화했고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재고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