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원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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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수박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잘라내야지. 이재명 대표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3일 17시 서울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시민 십수명이 수박 풍선을 밟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파란 목도리로 무장한 이들은 스스로를 개딸(개혁의 딸)이라 부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다.

'수박 깨기'라는 이름이 붙은 이날의 집회는 이 대표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가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비판하기 위해 준비한 행사다.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은 "이재명을 지켜내자" "위임받은 권력으로 깡패정치 신물난다" 등의 팸플릿을 흔들며 이 대표가 검찰로부터 탄압받고 있다고 외쳤다.

수박은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비명계 의원 및 지지층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멸칭이다. 비명계 의원들이 수박처럼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압도적 부결'이 아닌 '박빙 부결'로 끝나자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탈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색출하기 위한 수박 수색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원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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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깨기' 집회를 주도한 유튜버 정병곤씨(사진 가운데)는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으로서 말도 안 되는 투표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당원들을 속이면 되겠냐"며 "당원들을 배신하고 말도 안 되는 가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나. 이건 반란이라고 생각한다"고 외쳤다.

참여한 시민들도 단상에 올라 수박으로 지목된 의원들을 비판했다. 유튜버 홍수미씨는 "공천 때문이냐. 아니면 자신들이 믿는 사람들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서냐"면서 "이 대표를 사랑하는 당원들이 더 많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아셔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이 대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물증이나 증거도 없다"며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법정에 선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했다.

당초 주최측은 수박 두 개를 깨는 퍼포먼스를 예고했지만, '농민들이 어렵게 키운 수박'이라는 이유로 수박을 나눠먹는 것으로 대체했다. 주최 측은 수박씨 멀리 뱉기나 수박 모양 풍선 터뜨리기 등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씨는 "우리가 평화적으로 당을 지지하며 수박 깨기를 하는 것을 언론에도 많이 알려야 한다"며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원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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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박 깨기 행사가 진행되면서 너비 약 3.1m, 길이 약 22.8m의 당사 앞 1차선 도로가 경찰에 의해 통제됐다. 주최 측은 300명의 참여자를 예고했지만, 실제 참석한 인원은 약 25명 정도로 파악됐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