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일본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이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건물 앞에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무관/일본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이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건물 앞에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미우리신문은 4일 한국 정부가 일제 강제 동원(징용) 노동자 소송 문제 해법을 마련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역사 반성이 담긴 과거 담화의 계승을 표명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18년 대법원 판결로 배상 의무가 확정된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한국 정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배상금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하는 해결책을 조만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해왔다.

이에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배상 문제는 해결됐다는 견해를 고수하면서 그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대응을 검토해왔다.

검토 과정에서 총리가 새로운 담화가 아닌 과거 한일관계에 관한 과거 담화나 공동선언에 담긴 입장을 계승한다고 표명하는 것은 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는 기존 견해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한일 양국 정부가 중시하는 문서는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다.

당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했고, 김 대통령은 불행한 역사를 극복한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가 발표한 '전후 50년 담화'(무라야마 담화)에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가 담겼다.

기시다 총리가 식민지 지배를 포함한 역사 문제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표명하는 것으로 한국 측의 해결책 발표에 호응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일본 경제계에서도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에 기여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내에선 한일 협력 사업의 창설을 위해 회원 기업에 자금 협력을 요청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협력 사업은 징용 배상과는 별개로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급 등을 상정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이 협력 사업에 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제철도 참여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교도통신은 한일 정부가 징용 배상 문제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양국 정상의 상호 왕래(셔틀 외교) 재개 등 양국 현안을 패키지로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배상금 상당액을 한국의 재단이 대신 지급하는 해결책을 공식 발표하면 일본 정부는 뜻이 있는 일본 기업의 재단 기부를 용인하고 과거 담화와 공동선언의 계승을 표명해 징용 노동자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표한다.

이후 일본 정부는 2019년에 도입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풀고, 수출관리에서 우대하는 대상국인 '화이트 리스트'에 한국을 재편입한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 리스트 배제(2019년)는 징용 문제와 무관하다고 설명해왔기 때문에 이들 조치의 해제는 시간을 두고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이 연간 1회 상호 방문하는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하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한일) 정부 간 협의는 막바지"라며 "정치적 결단의 단계에 와 있다"고 전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