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한달] ② 폐허에 남겨진 이재민 200만명…"살아있어도 생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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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시설·대피소 '포화상태', 추위 속 차량·텐트 노숙 '뉴노멀'…지진난민 늘어날듯
식량 보급 전쟁도…내전 고통 시리아, 구호 차질에 전염병까지 확산 기미
"영원히 잔해 속에서 사는 기분" "건물 안 못 들어가"…심리적 충격·공포 지속 "살아 있어도 생지옥이다", "폐허 속 모든 것이 사라졌다"
최악의 피해를 남긴 튀르키예(터키) 강진은 생존자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소중한 가족, 이웃을 잃은 상처를 추스를 겨를도 없이 무너져버린 삶의 터전에서 암담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5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재민들은 추위 속에 차량이나 텐트에서 지내며 전기, 물,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 상황보다 더 심한 비극의 폐허 위에 남겨진 이들에게 한 달 전 누렸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아직 요원한 꿈이다.
현재 공식 피해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시리아를 빼고 튀르키예에서만 20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태다.
무너진 보금자리를 떠나 제3국 등으로 향하는 '지진 난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정부시설 입주, 기약없는 대기…빗물 새는 텐트라도 '감지덕지'
튀르키예 재난관리청(AFAD)은 이번 강진으로 52만 개 아파트를 포함해 건물 17만여 채가 완전히 붕괴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집계했다.
이로 인해 튀르키예에서만 200만여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오랜 내전을 겪은 시리아에서는 정부 통제 지역과 반군 장악 지역을 합친 공식 피해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지 인권단체는 이번 지진으로 건물 7천여 채가 무너지고 10만 명 이상이 거처를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양국의 이재민 합계는 21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강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으로 꼽히는 튀르키예 동남부 안타키아의 이재민 옴란 알스웨드(25)는 로이터 통신에 이재민들이 여전히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제일 심각한 문제는 주거 공간이다.
정부가 마련한 이재민 시설에 입주 신청을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거절당했다.
텐트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알스웨드는 지진으로 집이 심하게 파손돼 가족들과 함께 공원에서 노숙했고, 3주 넘는 기간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플라스틱 판자, 담요, 벽돌 등으로 엉성하게 만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와 같은 처지인 이재민 60명도 정부가 제공하는 주거 시설에 입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추위와 눈·비에 그대로 노출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버티고 있다.
하타이주의 마을 하사에 사는 멜렉(67)은 그나마 운이 좋게 텐트를 받았다.
8명의 자녀를 둔 그는 "텐트가 빗물에 젖었고, 바닥은 축축하다"면서 "새 텐트를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멜렉은 식량과 물을 얻기 위해 매일 구호품 분배 센터로 쓰이는 고등학교를 찾아 줄을 선다.
이 분배 센터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수메예 카라보섹도 가장 부족한 물품은 텐트라고 설명했다.
안타키아의 축구장에 마련된 이재민 시설에 사는 파티마 아셰리(28)는 지난 강진으로 어린 두 아들을 잃었다.
남편, 두 딸과 함께 생존한 파티마는 "18개월 된 딸이 지진 때 얼굴을 다쳤는데, 추위 속에 치료를 받지 못해 상처가 곪았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이재민은 의료진과 의약품 부족으로 지진 때의 부상에 대한 치료를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내전을 피해 시리아에서 넘어와 튀르키예인과 결혼해 한때 안락한 삶을 꿈꾸었던 파티마는 "폐허로 변한 마을에서 우리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
나는 노력했지만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 "새집 50만채 필요" 1년안에 다 짓는다지만…재건 비용 100조원 안팎 소요 전망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년 안에 피해 지역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집을 모두 짓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정부의 초기 계획은 15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아파트 등 주택 27만 채를 짓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주택 건설 등 인프라 재건에 250억 달러 규모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번 지진으로 이재민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새집 50만 채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실제 재난관리청(AFAD)은 튀르키예에서 52만채의 아파트가 붕괴하거나 심각하게 파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 등에 머무는 인구는 190만여 명에 달한다.
AFAD는 그동안 330여 개 텐트촌과 160여 개 컨테이너 단지가 지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진 피해가 집중된 튀르키예 남부 11개 주는 나라 전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자국에 유입된 시리아 난민의 절반가량인 170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
WB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가 튀르키예에서만 342억달러(약 45조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2차 및 간접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WB는 전체 재건 비용이 직접적 피해 규모의 2∼3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WB는 현재까지 7억8천만달러(약 1조원)를 튀르키예에 직접 지원했고, 이와 별도로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규모의 새로운 긴급 복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튀르키예에서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2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리아에서는 80만 명이 지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엔은 추산하고 있다.
◇ 시리아 반군 지역, 복잡한 세력 다툼에 구호는 '요원'
10년 넘는 내전을 겪는 와중에 강진이 덮친 시리아의 상황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정부군과 반군, 쿠르드 민병대와 튀르키예군의 무력 충돌은 최악의 지진 발생 후에도 계속됐고, 이슬람국가(IS)의 테러는 구호 활동과 물품 수송을 더욱 어렵게 했다.
가뜩이나 열악했던 인프라마저 파괴돼 위생은 더욱 악화하고 깨끗한 물 공급도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밀집 수용된 피란민을 중심으로 콜레라,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등 질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군 지역 구호단체 '하얀 헬멧'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22명의 콜레라 사망자가 보고됐다.
현재 이 질병에 걸려 치료 중인 사람은 568명이다.
하얀 헬멧은 트위터에 "지진 후 인프라, 상하수도 시설이 파괴되면서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고 썼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시리아·튀르키예 프로그램 이사인 마르크 샤칼은 강진으로 반군 지역 내 보건시설 37개소가 파손되고 20개소의 운영이 일부 혹은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각국에서 인도주의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시리아는 알아사드 정권 아래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어 직접 원조를 거의 받지 못했다.
시리아는 그동안 튀르키예와 시리아 서북부 국경을 통한 구호물자 지원에 대해 주권 침해라고 반대하면서 다마스쿠스를 통해 원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군 측은 구호품 전달에 알아사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
지진이 발생한 뒤 2주나 지나서야 인도주의 통로를 추가하기로 합의됐지만,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국제단체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 대지진이 남긴 상처…여전한 공포에 마음도 '폐허'
참혹한 지진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도 고통받고 있다.
튀르키예 안타키아에 사는 사메르 샤리프(51)는 CNN 방송에 "15살 딸은 나비처럼 밝은 아이였는데, 지진으로 엄마와 동생을 잃은 뒤 마음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진에 대한 공포가 여전해 수주가 지난 후에도 실내에서 잠을 자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남부 항구 도시 이스켄데룬의 건물 잔해 속에서 8시간 만에 구조된 딜렉 에거 역시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
딜렉은 영국 BBC 방송에 "지진 생존자들은 앞으로 죽는 날까지 건물 잔해 속에 갇힌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제아동 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많은 생존자가 PTSD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의 경우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튀르키예 지부의 오벤 코반 대변인은 "교육, 가족, 희망을 잃은 아이들은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며 "이들의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유일한 버팀목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여진과 추가로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에 대한 공포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어렵게 한다.
시리아 반군 지역인 이들리브주는 지난달 말 학교 수업을 재개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결석했다.
압둘카피 알함두 시민기자는 AP 통신에 "많은 학생이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으며, 책상 옮기는 소리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며 "아직 충격과 공포,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주민이 지진이 또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해 거리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생활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식량 보급 전쟁도…내전 고통 시리아, 구호 차질에 전염병까지 확산 기미
"영원히 잔해 속에서 사는 기분" "건물 안 못 들어가"…심리적 충격·공포 지속 "살아 있어도 생지옥이다", "폐허 속 모든 것이 사라졌다"
최악의 피해를 남긴 튀르키예(터키) 강진은 생존자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소중한 가족, 이웃을 잃은 상처를 추스를 겨를도 없이 무너져버린 삶의 터전에서 암담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5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재민들은 추위 속에 차량이나 텐트에서 지내며 전기, 물,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 상황보다 더 심한 비극의 폐허 위에 남겨진 이들에게 한 달 전 누렸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아직 요원한 꿈이다.
현재 공식 피해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시리아를 빼고 튀르키예에서만 20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태다.
무너진 보금자리를 떠나 제3국 등으로 향하는 '지진 난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정부시설 입주, 기약없는 대기…빗물 새는 텐트라도 '감지덕지'
튀르키예 재난관리청(AFAD)은 이번 강진으로 52만 개 아파트를 포함해 건물 17만여 채가 완전히 붕괴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집계했다.
이로 인해 튀르키예에서만 200만여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오랜 내전을 겪은 시리아에서는 정부 통제 지역과 반군 장악 지역을 합친 공식 피해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지 인권단체는 이번 지진으로 건물 7천여 채가 무너지고 10만 명 이상이 거처를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양국의 이재민 합계는 21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강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으로 꼽히는 튀르키예 동남부 안타키아의 이재민 옴란 알스웨드(25)는 로이터 통신에 이재민들이 여전히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제일 심각한 문제는 주거 공간이다.
정부가 마련한 이재민 시설에 입주 신청을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거절당했다.
텐트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알스웨드는 지진으로 집이 심하게 파손돼 가족들과 함께 공원에서 노숙했고, 3주 넘는 기간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플라스틱 판자, 담요, 벽돌 등으로 엉성하게 만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와 같은 처지인 이재민 60명도 정부가 제공하는 주거 시설에 입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추위와 눈·비에 그대로 노출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버티고 있다.
하타이주의 마을 하사에 사는 멜렉(67)은 그나마 운이 좋게 텐트를 받았다.
8명의 자녀를 둔 그는 "텐트가 빗물에 젖었고, 바닥은 축축하다"면서 "새 텐트를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멜렉은 식량과 물을 얻기 위해 매일 구호품 분배 센터로 쓰이는 고등학교를 찾아 줄을 선다.
이 분배 센터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수메예 카라보섹도 가장 부족한 물품은 텐트라고 설명했다.
안타키아의 축구장에 마련된 이재민 시설에 사는 파티마 아셰리(28)는 지난 강진으로 어린 두 아들을 잃었다.
남편, 두 딸과 함께 생존한 파티마는 "18개월 된 딸이 지진 때 얼굴을 다쳤는데, 추위 속에 치료를 받지 못해 상처가 곪았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이재민은 의료진과 의약품 부족으로 지진 때의 부상에 대한 치료를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내전을 피해 시리아에서 넘어와 튀르키예인과 결혼해 한때 안락한 삶을 꿈꾸었던 파티마는 "폐허로 변한 마을에서 우리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
나는 노력했지만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 "새집 50만채 필요" 1년안에 다 짓는다지만…재건 비용 100조원 안팎 소요 전망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년 안에 피해 지역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집을 모두 짓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정부의 초기 계획은 15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아파트 등 주택 27만 채를 짓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주택 건설 등 인프라 재건에 250억 달러 규모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번 지진으로 이재민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새집 50만 채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실제 재난관리청(AFAD)은 튀르키예에서 52만채의 아파트가 붕괴하거나 심각하게 파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 등에 머무는 인구는 190만여 명에 달한다.
AFAD는 그동안 330여 개 텐트촌과 160여 개 컨테이너 단지가 지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진 피해가 집중된 튀르키예 남부 11개 주는 나라 전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자국에 유입된 시리아 난민의 절반가량인 170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
WB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가 튀르키예에서만 342억달러(약 45조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2차 및 간접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WB는 전체 재건 비용이 직접적 피해 규모의 2∼3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WB는 현재까지 7억8천만달러(약 1조원)를 튀르키예에 직접 지원했고, 이와 별도로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규모의 새로운 긴급 복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튀르키예에서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2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리아에서는 80만 명이 지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엔은 추산하고 있다.
◇ 시리아 반군 지역, 복잡한 세력 다툼에 구호는 '요원'
10년 넘는 내전을 겪는 와중에 강진이 덮친 시리아의 상황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정부군과 반군, 쿠르드 민병대와 튀르키예군의 무력 충돌은 최악의 지진 발생 후에도 계속됐고, 이슬람국가(IS)의 테러는 구호 활동과 물품 수송을 더욱 어렵게 했다.
가뜩이나 열악했던 인프라마저 파괴돼 위생은 더욱 악화하고 깨끗한 물 공급도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밀집 수용된 피란민을 중심으로 콜레라,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등 질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군 지역 구호단체 '하얀 헬멧'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22명의 콜레라 사망자가 보고됐다.
현재 이 질병에 걸려 치료 중인 사람은 568명이다.
하얀 헬멧은 트위터에 "지진 후 인프라, 상하수도 시설이 파괴되면서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고 썼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시리아·튀르키예 프로그램 이사인 마르크 샤칼은 강진으로 반군 지역 내 보건시설 37개소가 파손되고 20개소의 운영이 일부 혹은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각국에서 인도주의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시리아는 알아사드 정권 아래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어 직접 원조를 거의 받지 못했다.
시리아는 그동안 튀르키예와 시리아 서북부 국경을 통한 구호물자 지원에 대해 주권 침해라고 반대하면서 다마스쿠스를 통해 원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군 측은 구호품 전달에 알아사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
지진이 발생한 뒤 2주나 지나서야 인도주의 통로를 추가하기로 합의됐지만,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국제단체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 대지진이 남긴 상처…여전한 공포에 마음도 '폐허'
참혹한 지진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도 고통받고 있다.
튀르키예 안타키아에 사는 사메르 샤리프(51)는 CNN 방송에 "15살 딸은 나비처럼 밝은 아이였는데, 지진으로 엄마와 동생을 잃은 뒤 마음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진에 대한 공포가 여전해 수주가 지난 후에도 실내에서 잠을 자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남부 항구 도시 이스켄데룬의 건물 잔해 속에서 8시간 만에 구조된 딜렉 에거 역시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
딜렉은 영국 BBC 방송에 "지진 생존자들은 앞으로 죽는 날까지 건물 잔해 속에 갇힌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제아동 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많은 생존자가 PTSD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의 경우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튀르키예 지부의 오벤 코반 대변인은 "교육, 가족, 희망을 잃은 아이들은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며 "이들의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유일한 버팀목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여진과 추가로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에 대한 공포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어렵게 한다.
시리아 반군 지역인 이들리브주는 지난달 말 학교 수업을 재개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결석했다.
압둘카피 알함두 시민기자는 AP 통신에 "많은 학생이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으며, 책상 옮기는 소리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며 "아직 충격과 공포,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주민이 지진이 또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해 거리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생활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