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5명 "의료기관 감독 입법 목적 정당"
4명은 반대…"국가가 민감한 개인정보 통제"
'비급여 진료내역·비용 공개 의무화' 개정 의료법 합헌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내역과 진료비용을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 의료법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치과의사 김모 씨를 비롯한 의료기관장들이 의료법 45조의2 등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비급여 진료내역과 증명 수수료 항목, 기준, 금액 등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 개정을 통해 2021년 새로 도입된 제도다.

지난해 공개변론까지 열면서 사안을 심리해온 재판관들의 입장은 반반으로 나뉘었지만, 결론은 비급여 보고 의무 조항이 정당하다는 쪽으로 정리됐다.

다수 의견을 형성한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보고 의무 조항은 과도한 비급여 진료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의료기관을 감독함으로써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며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해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비급여는 급여와 달리 적정한 사회적 통제 기전(메커니즘)이 없어 국민들이 해당 비급여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바탕으로 사전에 진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급여의 관리는 헌법 36조 3항에 따라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국가의 책무"라고 판시했다.

다수 의견은 의료법 개정 전 방식인 표본조사로는 비급여 현황을 정확히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고 병원마다 비급여 진료 명칭과 코드를 제각기 사용하는 현실을 볼 때 의료기관에 보고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환자의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네 재판관은 "진료내역에 포함되는 상병명과 수술·시술명은 사생활의 핵심을 이루는 비밀"이라며 "신체적·정신적 결함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는 점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보고 의무 조항은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채 정보 일체를 보고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또 "거의 모든 국민의 급여 정보 등을 수집·처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비급여 진료 정보까지 보유하면 건강과 관련한 포괄적·통합적인 정보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면서 "모든 개인정보가 국가권력의 감시·통제 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보고 의무 조항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 한계와 무관한 사적 진료계약 영역까지 국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오히려 의료 수준을 저하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번 헌법재판의 대상이 된 개정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구체적인 보고 대상을 복지부가 고시로 정하게 했다.

복지부는 작년 12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합헌 결정에 따라 그간 고시의 부재로 시행되지 못했던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제도가 곧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