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보도…튀르키예·UAE 통해 제재딱지 세탁
"느슨한 제재이행 속 러 교역 우크라전 전 수준 회복중"
"러, 서방제재 우회…제3국 통해 G7 반도체까지 수입"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이 생산하는 핵심 반도체와 첨단 기술제품들이 러시아에 대량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4일(현지시간) 익명의 EU 고위급 외교관을 인용해 러시아의 제품수입 규모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을 대체로 회복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외교관은 각국의 교역현황을 분석해보면 EU 및 동맹국이 생산한 반도체와 집적회로가 제3국을 거쳐 러시아에 반입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제품들이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카자흐스탄 등에서 한 차례 '세탁' 된 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용 장비와 무기 생산 등에 쓰인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고 이 외교관은 덧붙였다.

실제, 스위스 제네바 소재 무역정보기업 트레이드데이터모니터(TDM)이 수집한 자료를 보면 첨단 반도체를 비롯한 제재대상 품목이 러시아에 우회수출 된 징후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2017∼2021년 EU, 미국, 일본, 영국에서 연평균 1억6천300만 달러(2천120억원)어치의 첨단 반도체와 집적회로를 수입했으나, 2022년에는 제재 때문에 수입액이 6천만 달러(약 78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러시아는 튀르키에, 세르비아, UAE와 동유럽,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를 경유해 우회수입을 하는 수법으로 부족분을 메웠고, 이는 같은 기간 해당 국가들에 대한 서방의 첨단기술 부품 수출액 증가분과 비슷한 액수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러, 서방제재 우회…제3국 통해 G7 반도체까지 수입"
일부 국가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장비의 대러 수출이 사실상 '0'에서 수백만 달러 규모로 급증하기도 했다.

예컨대 카자흐스탄은 2021년까지 대러 반도체 수출액이 연간 1만2천 달러(약 1천500만원) 수준이었던 카자흐스탄은 2022년 러시아에 370만 달러(약 48억원) 상당의 첨단 반도체를 수출했다.

이 외교관은 러시아에 대한 수출이 통제된 다른 수백가지 제품군에서도 이와 비슷한 패턴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EU 회원국 일부가 대러 제재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더욱 심각해졌다는 지적이다.

EU는 수백개 제품의 대러 수출을 제한하고 1천500명에 가까운 개인을 제재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발표했지만, 제재 위반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아니라 개별 회원국에 맡겨져 있다.

대러 제재를 이행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대응 수준이 천차만별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라트비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톰스 플라타키스 원장 직무대행은 제재 위반을 형사처벌 하는 라트비아와 달리 다른 EU 회원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제재 위반자들이 처벌이 덜한 국가를 고를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비타 야보르치크 수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정부는 자국 기업에는 (제재 위반에) 관대한 대우를 선호한다.

따라서 제재의 집행을 개별국 정부에 맡기는 건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