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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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실적에 정당하게 일한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이 왜 0% 성과급을 받아야 하나요."

"해결방안이 있어요. 꼬우면 이직해. 누칼협(누가 칼 들고 회사 다니라고 협박함의 준말)?"

SK이노베이션의 2030세대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 회사 계열사인 SK온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이 올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탓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외려 이들에게 비난을 쏟아내는 중이다. 최근 2030 직장인 사이서 널리 쓰인 줄임말 ‘누칼협’, ‘꼬이직(꼬우면 이직해)’을 내세워 SK를 비롯한 대기업 직원들을 조롱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8일 계열사별로 기본급 기준 0~800% 성과급을 차등 지급했다. 작년까지 이 회사는 계열사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계열사 실적에 따라 나눠 차등 지급하자 직원 반발이 불거졌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에 3조99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올해 갑자기 제도를 손질해 성과급을 깎으면서 일부 직원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자며 불만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SK이노베이션은 침몰하는 중이다'라는 제목의 글에도 6만4000명이 조회하고 댓글 1200개가 달렸다.

한 SK이노베이션 직원은 이 글에서 "SK이노베이션에서 SK온으로 넘어온 직원들은 기본급이 적지만 성과급으로 연봉을 비슷하게 맞춰주겠다는 사탕발림에 속은 사례가 많다"며 "이익이 나지 않아 성과를 못 주겠다고 갑자기 엄포를 놨고 다른 배터리업체로 이직도 금지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누칼협'과 '꼬이직'이라는 줄임말을 써가며 이들을 되레 비판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SK 직원들에게 비난을 쏟아낸 것은 지난해 9월 벌어진 사건에 대한 일종의 '앙갚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정부는 2023년 5급 이하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1.7%로 의결하자 2030세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이들은 당시 용산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낮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블라인드 등에서 직장인들은 누칼협·꼬이직을 내세우며 공무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조롱하고 나섰다.

한 공무원은 SK 블라인드 글에 "기업 성과급 안 준다는 거나 공무원 임금인상률 낮은 거나 같은 이야기다"며 "그런데 왜 대기업은 공격하면 안되냐"고 적었다.

비슷한 고민을 안은 2030세대가 상호 공감하지 못하고 균열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공무원은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면 해결이 안 된다"며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2030세대가 공감해주고 응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