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수의 라흐마니노프는 도도했다 [클래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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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arte필하모닉 올해 두번째 정기연주회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
세기의 명곡 '피아노 협주곡 2번'
손민수, 종소리 같은 연주로 시작
관현악 선율 속에서 존재감 과시
홍석원이 해석한 '교향적 무곡'
장중함보다 리듬의 역동성 강조
라흐마니노프의 새로운 모습
고전이 갖는 생명력 보여줘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
세기의 명곡 '피아노 협주곡 2번'
손민수, 종소리 같은 연주로 시작
관현악 선율 속에서 존재감 과시
홍석원이 해석한 '교향적 무곡'
장중함보다 리듬의 역동성 강조
라흐마니노프의 새로운 모습
고전이 갖는 생명력 보여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적 무곡’은 라흐마니노프가 보여준 음악예술의 시작과 끝으로 통한다. 하나는 작곡가 활동을 접은 그에게 재기의 성공을 가져다줬다는 점에서, 다른 하나는 작곡 활동을 거의 중단한 만년에 남긴 대작이란 점에서 그렇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라흐마니노프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는 이 두 곡을 콕 집었다. 지휘봉은 작년 9월 베토벤 ‘운명’ 교향곡으로 손발을 맞춘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에게 맡겼다. 첫 곡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함께 어루만질 피아니스트로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로 큰 화제를 모은 손민수가 나섰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수준 높은 피아노 테크닉과 감성적인 선율로 승부하는 곡이다. 1악장에서 침묵하는 관현악을 뒤로한 채 종소리 같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한다는 사실부터 어떤 서사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한다. 손민수가 이 곡에 접근하는 시각이 그랬다. 손민수의 연주는 라흐마니노프를 한 방향으로만 들었던 그동안의 습관을 반성하게 했고, 외면받은 라흐마니노프의 또 다른 모습을 찾게 해줬다.
1악장에서는 한 음, 한 음 선명하게 울리는 터치와 ‘레가토’(둘 이상의 음을 이어서 부드럽게 연주하는 것)가 적절히 구분돼 조화를 이뤘다. 팝송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2악장은 담담하면서도 내재된 에너지를 잘 이끌어냈다. 3악장에선 관현악이 제 목소리를 냈지만, 피아노가 이를 도도하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존재감을 키웠다.
후반부에 연주한 ‘교향적 무곡’은 음향의 밀도와 무게감이 남다른 곡이다. 이 곡이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을 직감한 라흐마니노프가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은 해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무곡에 맞게 리듬을 살려야 하지만, 음향의 중압감에 자칫 ‘코끼리 춤’이 되기 쉽다.
그래서 내재된 리듬의 역동성을 찾아야 하는데, 홍 지휘자가 잘 해결했다. 모든 연주자가 거칠게 소리 내는 1악장 시작 부분에서 장중한 압도감보다 경쾌한 인상을 준 게 포인트였다. 무곡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실내악적인 섬세함을 더한 해석은 심지어 금관 합주도 청량감 있게 만들었다.
2악장은 현악의 우아한 제스처와 목관의 냉소적인 표정, 그리고 금관의 음산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그로테스크한 축제의 장이 됐다. 그리고 경쾌한 ‘루바토’(박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연주법)는 날렵하고 애틋한 느낌을 줬다. 3악장의 시작은 다소 건조하게 들렸는데, 오히려 이 악장의 서사적 성격에 맞았다. 이 악장은 ‘심판의 날’과 성가곡 ‘주여, 복 받으소서’가 인용돼 종교적인 시나리오와 연결돼 있다. 홍 지휘자는 가볍고 역동적으로 풀어냈다.
이번 공연은 우리가 잘 아는 작품을 또 다른 해석으로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고전이 갖는 불후의 생명력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자리였다. 한경아르떼필에 대한 신뢰 역시 높아진 무대였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라흐마니노프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는 이 두 곡을 콕 집었다. 지휘봉은 작년 9월 베토벤 ‘운명’ 교향곡으로 손발을 맞춘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에게 맡겼다. 첫 곡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함께 어루만질 피아니스트로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로 큰 화제를 모은 손민수가 나섰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수준 높은 피아노 테크닉과 감성적인 선율로 승부하는 곡이다. 1악장에서 침묵하는 관현악을 뒤로한 채 종소리 같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한다는 사실부터 어떤 서사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한다. 손민수가 이 곡에 접근하는 시각이 그랬다. 손민수의 연주는 라흐마니노프를 한 방향으로만 들었던 그동안의 습관을 반성하게 했고, 외면받은 라흐마니노프의 또 다른 모습을 찾게 해줬다.
1악장에서는 한 음, 한 음 선명하게 울리는 터치와 ‘레가토’(둘 이상의 음을 이어서 부드럽게 연주하는 것)가 적절히 구분돼 조화를 이뤘다. 팝송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2악장은 담담하면서도 내재된 에너지를 잘 이끌어냈다. 3악장에선 관현악이 제 목소리를 냈지만, 피아노가 이를 도도하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존재감을 키웠다.
후반부에 연주한 ‘교향적 무곡’은 음향의 밀도와 무게감이 남다른 곡이다. 이 곡이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을 직감한 라흐마니노프가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은 해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무곡에 맞게 리듬을 살려야 하지만, 음향의 중압감에 자칫 ‘코끼리 춤’이 되기 쉽다.
그래서 내재된 리듬의 역동성을 찾아야 하는데, 홍 지휘자가 잘 해결했다. 모든 연주자가 거칠게 소리 내는 1악장 시작 부분에서 장중한 압도감보다 경쾌한 인상을 준 게 포인트였다. 무곡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실내악적인 섬세함을 더한 해석은 심지어 금관 합주도 청량감 있게 만들었다.
2악장은 현악의 우아한 제스처와 목관의 냉소적인 표정, 그리고 금관의 음산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그로테스크한 축제의 장이 됐다. 그리고 경쾌한 ‘루바토’(박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연주법)는 날렵하고 애틋한 느낌을 줬다. 3악장의 시작은 다소 건조하게 들렸는데, 오히려 이 악장의 서사적 성격에 맞았다. 이 악장은 ‘심판의 날’과 성가곡 ‘주여, 복 받으소서’가 인용돼 종교적인 시나리오와 연결돼 있다. 홍 지휘자는 가볍고 역동적으로 풀어냈다.
이번 공연은 우리가 잘 아는 작품을 또 다른 해석으로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고전이 갖는 불후의 생명력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자리였다. 한경아르떼필에 대한 신뢰 역시 높아진 무대였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