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돼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서울시내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돼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청년들이 최근 심화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가 미래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불평등, 테러, 기후변화보다도 이 문제가 더 걱정스럽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 자녀를 출산하겠다는 청년 여성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문제는 심각하지만 직접 나설 여건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저출산 문제지만 나는 못낳겠다"

국무조정실은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청년 삶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정부가 보건사회연구원 등을 통해 만 19~34세 청년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주거, 미래설계, 노동, 교육, 경제 등 8개 분야 200개 항목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지난 2020년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결과가 발표됐다.

청년들은 미래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요소를 묻는 질문에 95.7%가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꼽았다. 매우 영향이 있다는 응답이 55.6%에 달했다. 기후변화(92.4%), 불평등(90.1%), 기술·산업구조 변화(90.1%), 테러리즘(81.9%) 등을 꼽은 사람은 이보다 적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인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0.78명을 기록하면서 조만간 한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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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인의 출산의향은 남녀 간 인식 차가 컸다. 향후 자녀 출산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청년 여성은 55.3%에 그쳤다. 남성은 70.5%가 자녀를 낳겠다고 했다. 15.2%포인트의 간극이 나타났다. 자녀를 낳게되면 경력 단절과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파악된다. 결혼 계획도 남성은 79.8%가 있다고 응답했지만 여성은 69.7%에 그쳤다.

청년층이 꼽은 갈등 요인으로는 소득과 세대차이가 지목됐다. 부유층과 서민층 사이의 갈등이 많다고 응답한 청년은 79.1% 였고,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 갈등은 76.5%가 많다고 답했다.

"내 소득은 중간 이하"

청년 취업자 비율은 67.4%로 조사됐다. 세전 임금은 월 252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기간은 31.6개월이며, 1년 미만 근속기간의 비율은 32.7%로 높았다.

청년들이 이직 또는 구직시 고려하는 사항(1순위)으로는 임금 48.5%, 고용안정성 12.8%, 본인의 장기적 진로설계 8.4%, 근로시간 7.2%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이 속한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303만원이었다. 지출항목으로는 식료품비(96만원), 연금⋅보험료(32만원), 교통비(27만원), 교육비(24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월평균 생활비는 161만원이고, 지출항목은 식료품비(48만원), 주거비(22만원), 연금⋅보험료(13만원), 교통비(12만원) 등이 많았다.

청년이 속한 가구 기준의 평균 부채규모는 5080만원으로 나타났다. 청년 개인으로 살펴보면 부채는 1172만원 수준이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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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소득계층은 중간 이하라는 응답이 많았다. 중간층 56.5%, 중하층 26.5% 순이었다. 상층은 0.7%, 중상층은 11.5%에 그쳤다.

현재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점수(0~10점)로 삶의 만족도는 6.7점, 행복감 6.9점, 자유로운 선택 6.9점, 사회에 대한 신뢰는 5.2점으로 나타났다. 정치에 대해서는 37.5%가 관심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 동안 번아웃(소진) 경험은 33.9%가 있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진로불안 37.6%, 업무과중 21.1%, 일에 대한 회의감 14.0%, 일과 삶의 불균형 12.4% 순으로 나타났다.

거의 집에만 있는 은둔형 청년의 비율은 2.4%(임신·출산·장애 제외)였다. 은둔 이유는 취업 어려움 35.0%, 대인관계 어려움 10.0%, 학업중단 7.9% 순이었다. 취약가구원 돌봄책임을 맡고 있는 가족돌봄청년은 0.6% 수준으로 나타났다.

독립 못하는 이유, 56%가 "돈 없어서"

서울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사진=뉴스1
서울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사진=뉴스1
청년층의 주거 형태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경우가 57.5%로 가장 많았다. 가구주인 부모와 미혼 청년으로 구성된 가구가 53.3%로 가장 많았고, 청년 1인 가구가 22.6%, 청년부부 가구 7.2%, 청년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6.0%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청년 중 67.7%는 아직 독립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독립을 계획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다.

필요한 주거정책(1순위)으로 구입자금 대출 41.0%, 전세자금 대출 23.9%, 월세 등 주거비 지원 17.3%, 공공임대 공급 11.8% 순으로 나타났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조사는 '청년기본법'에 따라 우리나라 청년들의 삶을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살펴본 최초의 조사결과"라며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는 앞으로 우리나라 청년,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발전을 위한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초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