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한노총 사무실에…지자체들, 혈세 50억 '펑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지역본부 32개 가운데 18개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건물을 공짜로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가 이들 단체에 임대료와 인건비, 시설 보수 등의 명목으로 지원한 금액만 지난해 최소 50억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그동안 “민주노총 본부인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외엔 정부 지원을 받은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실상 평생 무상 임대

6일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17개 지자체 조합 지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 민주노총은 서울과 경기, 인천, 대전, 전북, 경북, 울산, 경남 등 8개 지역본부가 지자체 사무실을 공짜로 임차했다. 한국노총에선 서울과 경기, 인천, 충북, 대전, 충남·세종, 대구, 울산, 경남, 제주 등 10개 지역 본부가 해당됐다.

양대노총은 지자체 예산으로 매입한 ‘노동자 복지관’ 등의 사용권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사무실을 빌렸다. 위탁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연장을 통해 무상 임대 기간을 늘렸다는 게 각 지자체의 설명이다. 이런 방식으로 서울은 한국노총이 1992년부터 서울시 노동자복지관을 31년째, 민주노총은 서울시 강북 노동자 복지관을 2002년부터 21년째 사용하고 있다.

건물 관리비도 별도로 받아

이뿐만 아니다. 전기료나 수도료, 시설유지비 등에 쓰이는 운영비도 별도로 받았다. 대전시는 한국노총 대전본부에 관리비나 운영비 등 명목으로 2억9660만원을 지급했다. 충청북도는 한국노총 충북본부에 건물 운영비 명목으로 지난해에만 7800여만원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민주노총에 고용된 미화·경비·행정 담당 직원의 급여를 대신 내주고 있다. 전국 지자체 합산 결과 양대노총에 지급된 운영비만 지난해 46억9615만원에 달했다. 노조 측은 소유주가 지자체다 보니 양대노총이 사용하면서 생긴 하자 등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무실을 공짜로 빌려주면서 수리비와 관리비, 인건비를 주는 셈”이라며 “민간 기업이라면 바로 배임에 해당할 것”이라고 했다.

노총이 민간 사무실을 빌려 쓸 경우 지자체는 지원 명목으로 임대료 일부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이런 식으로 지난해에만 총 1억4000만원을 받았다. 한국노총 경북본부는 매달 약 583만원(연간 약 7000만원)을 지자체에서 받는다. 이렇게 민주노총 충북, 충남·세종, 광주, 전남, 제주본부와 한국노총 경북본부 등에서 임차료 명목으로 받은 금액만 지난해 총 5억8356만원이다.

건물 재건축과 개·보수 지원까지 합하면 지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울산은 지난해 2019년 시비 70억원을 들여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입주한 건물을 재건축했다. 제주는 2017년 한국노총 제주본부 건물을 준공하며 시비 22억원을 투입했다. 서울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입주 건물에 16억5200만원을 지원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지원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사례도 많다. 전남은 임차료 지원 명목으로 지급하던 금액이 2017년 450만원에서 2018년 1400만원, 2019년엔 6600만원으로 14배 넘게 뛰기도 했다. 경기도는 민주노총이 승강기 설치, 석면 제거 등이 필요하다고 하자 큰 검토 없이 약 12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피만 노동자 복지관일 뿐 실제는 양대노총 사옥”이라며 “시민의 동의 없이 방만하게 세금이 쓰이고 있지 않은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식/최해련/안시욱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