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전문직 대물림, 34 → 42%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 배분의 공정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직, 기업 임원 등 소위 고소득 직업으로 분류되는 '1군' 직업을 갖고 있는 아버지를 둔 자녀의 38.1%가 1군 직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세움 노동연 선임연구위원 등이 한국노동패널조사 1~24차(1998~2021년) 원자료를 통해 분석한 것이다. 1군으로 분류되는 직종은 국회의원이나 기업 고위직, 전문직, 장교 등이다. 의사와 판·검사 등 전문직 아버지를 둔 자식이 전문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2군은 기술공과 준전문가, 사무종사자 등, 3군은 농업, 서비스업 종사자 등으로 분류된다.
아버지가 2군인 경우 21.7%, 3군인 경우 16.9%만 1군으로 '사다리 오르기'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좋은 직업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가 대물림되는 현상은 최근들어 더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분석기간을 반으로 쪼개 최근 12년(2010~2021년) 아버지와 자녀가 모두 1군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는 42.1%로 그 전 12년(1988~2009년) 34.9%보다 7.2%포인트 높아졌다.아버지가 1군 직업 중에서도 상위 50%에 해당하는 소득을 버는 경우, 자녀도 해당 범주에 들어가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0%에서 25.2%로 두배 넘게 높아졌다.
반면 서비스업 종사자 등 3군 직업의 아버지를 둔 자녀가 같은 직업군에 머무르는 비중은 22.8%에서 26.5%로 높아졌다. 아버지가 사무직 등 2군 직업인 경우엔 1군으로 오르거나 3군으로 하락하는 비중이 모두 증가했다.
"중소 로펌, 부모의 영향력 더 강하게 작용"
김 연구위원은 전문직종 중 법조계와 의료계로 진출하려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및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를 통해 이들이 공정하게 선발되고 있는지를 추가로 분석했다.로스쿨 재학생 207명 중 64.7%가 인턴(실무 수습) 경험에서 부모 배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19.3%는 '크게 영향을 미친다', 45.4%는 '영향을 미치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학교 소재지가 지방인 경우 70%가 넘는 응답자가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학생은 "작은 로펌의 경우 지인을 통해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다. 다른 학생은 "중소형 로펌에서 훨씬 더 부모의 영향력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변호사 시험은 78.3%가 공정하다고 봤다. 법원의 재판연구원 선발 과정도 77.8%로 공정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신규 검사 임용과정의 공정성은 69.6%로 다른 직무 선발과정에 비해 약간 낮게 나타났다. 특히 지방소재 대학인 경우 64.6%에 그쳤다.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입직과정이 공정하다는 응답은 15.0%에 그쳤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작용해서는 안되는 요인으로는 성별(30.0%)과 부모의 소득 및 재산(22.7%), 부모의 학력 및 직업(19.3%) 등을 꼽는 경우가 많았다.
의대생들은 65.3%가 '전공과를 결정할 때 부모 배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52.5%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선발할 때 부모의 배경이 영향을 준다고 봤다. 특히 지방인 경우 응답 비율은 56.2%로 높아졌다. 인턴과 레지던트 선발과정이 공정하다는 응답은 22.8%에 그쳤다. 의사국가시험 합격 후 입직과정은 40.6%가 공정하다고 봤다. 다만 의사국가시험의 공정성은 80.2%로 높은 편이었다. 변호사시험과 의사국시 등 점수화해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