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오부치' 발전적 계승 尹공약…日 '과거사 사죄' 포함은 불투명
대통령실 "佛 마크롱 연금개혁 같은 결단"…재차 '국익' 강조
[강제징용 해법] 한일 셔틀외교 복원 속 '尹-기시다 선언' 나오나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새로운 내용의 공동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6일 나온다.

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강제징용 배상안을 정부가 이날 발표하면서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도 가시권에 들면서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달 하순께 일본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양 정상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한 차례 양자 회담을 했으나,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평행선을 달리던 상황이어서 원론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 그쳤다.

이번에 두 번째 회담이 성사될 경우 미래 지향적 관계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공동선언을 포함한 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먼저 대선 후보 시절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고 거듭 언급했다.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지칭한 최근 3·1절 기념사는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이른바 '윤석열-기시다 선언'이 실제 도출된다면 양국의 경제적 번영과 안보를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이 주로 담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북핵 위기 대응을 위한 공조 등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거사에 대한 일본 측의 반성과 사죄 메시지가 추가로 담길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일 정상이 과거가 아닌 미래의 문을 함께 여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협상의 중대 고비마다 국익과 실용에 초점을 맞춘 윤 대통령의 불가피한 결단이 있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만 매몰돼 현안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 극도로 악화한 한일관계를 무책임하게 방치해왔다는 인식이 깔렸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협상 타결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개혁과 같은, 지도자로서의 결단"이라며 "지도자는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결단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반일 몰이로 1900년대에 계속 머문다면 경제와 안보의 블록화 파고 속에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결단한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