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해법] 가해 日기업 뺀 '제3자 변제' 법적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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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 확정' 3건에 우선 적용…일부 피해자 배상금 거부 예상
강제징용재단·한국기업 변제 자격 인정 여부 등 쟁송 이어질 듯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아니라 한국 정부 산하의 재단이 한국 기업들에서 돈을 모아 배상한다는 이른바 '제3자 변제' 해법이 6일 외교부에서 나왔다.
2018년 일본 가해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확히 한 대법원 판단으로 법적인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보는 법조계에선 이런 방식이 또 다른 법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30년 이어진 소송전…4건 확정, 66건은 진행형
한국 정부는 1965년 일본과 청구권 협정을 체결한 뒤 1975∼1977년(1차), 2005∼2015년(2차) 피해자들을 보상, 지원했다.
그러나 가해자인 일본 정부·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피해자들이 나오면서 약 30년 전인 1990년대부터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됐고, 2000년대 들어선 일본 기업 가운데 한국에 지사를 둔 곳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이어졌다.
지난해 7월까지 한국 법원에 제기된 피해자의 일본 기업 상대 소송은 모두 70건이다.
피해자와 유족을 포함한 원고는 총 1천139명으로,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전체 노무 동원 피해자 중 0.76%만이 소송에 참여했다고 본다.
강제징용 소송 70건 가운데 최종 확정판결이 내려진 것은 4건(피해자 15명)이다.
2018년 대법원에서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최종 승소한 고(故) 여운택 할아버지와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사건이 여기에 들어간다.
1건(피해자 1명)은 1심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따라서 이날 정부 발표로 일제강제징용피해자지원재단에서 우선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 3건의 피해자는 모두 14명이다.
이 밖에 2심에서 일부 승소한 9건이 현재 대법원에 5년째 계류 중이고, 2심 소송 4건과 1심 소송 53건이 각각 진행중이다.
확정판결에서 파생된 추가 소송들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미쓰비시 등은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배상 책임이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한국 법원들은 확정판결이 내려진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 일부를 압류한 뒤 강제 매각 명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미쓰비시 등이 재항고하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 사죄 없는 '제3자 변제'…거부하면 또 법적 다툼 가능성
일본 가해 기업들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별도로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은 "배상해야 한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고들(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라며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날 정부 발표의 골자는 재단이라는 '제3자'를 배상의 주체로 내세운 우회적 방식이다.
한일 청구권 협정의 도움으로 설립·운영된 포스코 등 한국 기업이 우선 돈을 내고 일본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산 넘어 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법행위로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그만큼을 배상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가해자에게 '빚'(채무)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가해자(채무자)가 채무를 갚지 않는 상황이다.
민법 469조는 이런 경우 '제3자'가 그 채무를 변제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는데 '제3자 변제'가 성사되면 가해자의 채무는 소멸한다.
불법행위로 생긴 빚을 갚아 법적 책임이 사라진 셈이므로 원래 가해자를 상대로 한 압류나 강제 매각 같은 집행 절차도 모두 취소된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가 제3자에게 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면 변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게 첫 번째 난관이다.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등 피해자를 대리해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김정희 변호사는 "정부 방안에 동의하는 피해자·유족이 있을 수 있고 반대하는 피해자가 있을 수 있어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제가 소송을 한 피해자와 유족은 (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죄가 전제되지 않은 기업 기부금 수령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피해자나 유족 중 일부는 재단이 조성한 돈을 배상금으로 받고 사건을 끝내겠지만, 제3자 변제를 거부하는 피해자가 여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법적인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 재단·한국기업의 '제3자 변제' 인정 여부 쟁점될 듯
미쓰비시 상표권·특허권 강제 매각을 신청한 양금덕·김성주 할머니가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그렇다.
재단은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겠지만 할머니들에게는 강제 매각을 그대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미쓰비시 측이 이에 반발해 또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원은 재단과 재단이 준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따져야 한다.
민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무자(일본 가해 기업)를 대신해 갚을 수 있는 '제3자'는 채무자와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다.
배상하지 않고 버티는 채무자 때문에 자신까지 법적 문제가 생기게 된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채무자와 법적으로는 별 관계가 없는 '사실상의 이해관계'라면 '제3자 변제'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우선 재단의 성격이 문제일 수 있다.
자체 법리 검토를 한 외교부는 재단이 변제를 완료하면 가해 기업들에 대해 구상권을 갖게 된다고 본다.
'가해자→피해자'의 배상 과정이 '재단→피해자'를 먼저 거쳐 '가해자→재단'의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법률상 이해관계'도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이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일본 가해 기업에서 돈을 받아낼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재단 조성 기금에 참여할 기업들의 면면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청구권 자금의 덕을 본 한국 기업의 지위는 '사실상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므로 '제3자 변제'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채무자인 가해 일본 기업이 돈을 출연한다면 재단을 '제3자'로 볼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법적 쟁점이 산적한 만큼 정부가 내놓은 3자 변제 해법이 징용 피해자들의 숙원을 풀지는 미지수다.
어느 경우라도 피해자들이 원한 '사죄'는 충족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현직 판사는 "배상과 사죄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배상이 이뤄지더라도 사죄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강제징용재단·한국기업 변제 자격 인정 여부 등 쟁송 이어질 듯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아니라 한국 정부 산하의 재단이 한국 기업들에서 돈을 모아 배상한다는 이른바 '제3자 변제' 해법이 6일 외교부에서 나왔다.
2018년 일본 가해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확히 한 대법원 판단으로 법적인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보는 법조계에선 이런 방식이 또 다른 법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30년 이어진 소송전…4건 확정, 66건은 진행형
한국 정부는 1965년 일본과 청구권 협정을 체결한 뒤 1975∼1977년(1차), 2005∼2015년(2차) 피해자들을 보상, 지원했다.
그러나 가해자인 일본 정부·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피해자들이 나오면서 약 30년 전인 1990년대부터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됐고, 2000년대 들어선 일본 기업 가운데 한국에 지사를 둔 곳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이어졌다.
지난해 7월까지 한국 법원에 제기된 피해자의 일본 기업 상대 소송은 모두 70건이다.
피해자와 유족을 포함한 원고는 총 1천139명으로,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전체 노무 동원 피해자 중 0.76%만이 소송에 참여했다고 본다.
강제징용 소송 70건 가운데 최종 확정판결이 내려진 것은 4건(피해자 15명)이다.
2018년 대법원에서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최종 승소한 고(故) 여운택 할아버지와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사건이 여기에 들어간다.
1건(피해자 1명)은 1심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따라서 이날 정부 발표로 일제강제징용피해자지원재단에서 우선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 3건의 피해자는 모두 14명이다.
이 밖에 2심에서 일부 승소한 9건이 현재 대법원에 5년째 계류 중이고, 2심 소송 4건과 1심 소송 53건이 각각 진행중이다.
확정판결에서 파생된 추가 소송들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미쓰비시 등은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배상 책임이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한국 법원들은 확정판결이 내려진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 일부를 압류한 뒤 강제 매각 명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미쓰비시 등이 재항고하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 사죄 없는 '제3자 변제'…거부하면 또 법적 다툼 가능성
일본 가해 기업들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별도로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은 "배상해야 한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고들(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라며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날 정부 발표의 골자는 재단이라는 '제3자'를 배상의 주체로 내세운 우회적 방식이다.
한일 청구권 협정의 도움으로 설립·운영된 포스코 등 한국 기업이 우선 돈을 내고 일본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산 넘어 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법행위로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그만큼을 배상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가해자에게 '빚'(채무)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가해자(채무자)가 채무를 갚지 않는 상황이다.
민법 469조는 이런 경우 '제3자'가 그 채무를 변제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는데 '제3자 변제'가 성사되면 가해자의 채무는 소멸한다.
불법행위로 생긴 빚을 갚아 법적 책임이 사라진 셈이므로 원래 가해자를 상대로 한 압류나 강제 매각 같은 집행 절차도 모두 취소된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가 제3자에게 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면 변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게 첫 번째 난관이다.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등 피해자를 대리해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김정희 변호사는 "정부 방안에 동의하는 피해자·유족이 있을 수 있고 반대하는 피해자가 있을 수 있어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제가 소송을 한 피해자와 유족은 (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죄가 전제되지 않은 기업 기부금 수령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피해자나 유족 중 일부는 재단이 조성한 돈을 배상금으로 받고 사건을 끝내겠지만, 제3자 변제를 거부하는 피해자가 여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법적인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 재단·한국기업의 '제3자 변제' 인정 여부 쟁점될 듯
미쓰비시 상표권·특허권 강제 매각을 신청한 양금덕·김성주 할머니가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그렇다.
재단은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겠지만 할머니들에게는 강제 매각을 그대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미쓰비시 측이 이에 반발해 또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원은 재단과 재단이 준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따져야 한다.
민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무자(일본 가해 기업)를 대신해 갚을 수 있는 '제3자'는 채무자와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다.
배상하지 않고 버티는 채무자 때문에 자신까지 법적 문제가 생기게 된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채무자와 법적으로는 별 관계가 없는 '사실상의 이해관계'라면 '제3자 변제'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우선 재단의 성격이 문제일 수 있다.
자체 법리 검토를 한 외교부는 재단이 변제를 완료하면 가해 기업들에 대해 구상권을 갖게 된다고 본다.
'가해자→피해자'의 배상 과정이 '재단→피해자'를 먼저 거쳐 '가해자→재단'의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법률상 이해관계'도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이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일본 가해 기업에서 돈을 받아낼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재단 조성 기금에 참여할 기업들의 면면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청구권 자금의 덕을 본 한국 기업의 지위는 '사실상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므로 '제3자 변제'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채무자인 가해 일본 기업이 돈을 출연한다면 재단을 '제3자'로 볼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법적 쟁점이 산적한 만큼 정부가 내놓은 3자 변제 해법이 징용 피해자들의 숙원을 풀지는 미지수다.
어느 경우라도 피해자들이 원한 '사죄'는 충족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현직 판사는 "배상과 사죄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배상이 이뤄지더라도 사죄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