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핵심…'4대 소재' 글로벌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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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재·음극재·분리막
전해액 4대 소재 시장
2030년 1476억달러 전망
작년보다 3배 가까이 성장
중국 압도적 1위이지만
미국, IRA법으로 견제
K배터리 시장 확대 기회
전해액 4대 소재 시장
2030년 1476억달러 전망
작년보다 3배 가까이 성장
중국 압도적 1위이지만
미국, IRA법으로 견제
K배터리 시장 확대 기회
전기자동차 수요가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급속히 늘어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소재 특성에 따라 에너지 밀도, 수명, 출력 등 성능이 크게 좌우된다. 또 소재의 원가 비중이 높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재 확보와 기술 경쟁력이 중요하다.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세계 각국을 돌며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구성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전해질) 확보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리튬이온배터리의 4대 소재는 전체 배터리 시장 규모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소재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 중 양극재는 4대 소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리튬과 금속 성분의 조합으로 구성된 양극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리튬이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여기에 코발트, 니켈 등 원자재 메탈 가격이 양극재 가격에 반영된다.
한국 배터리셀에 주로 쓰이는 삼원계 양극재의 경우 에코프로(한국), 유미코아(벨기에), XTC(중국), LG화학(한국), 론베이(중국)의 출하량이 1~5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리튬인산철배터리(LFP) 양극재는 중국의 위넝, 다이나노닉, 궈쉬안, BTR, 로팔이 1~5위를 싹쓸이했다. 음극재 또한 중국 주요 공급사가 대거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4대 소재의 국가별 점유율을 보면 한·중·일 3개국 공급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특히 중국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음극재의 경우 중국의 점유율은 84%에 달하며 양극재 60%, 전해액 72%, 분리막 6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SNE리서치는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K배터리’의 소재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RA가 중국산 원료와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제품의 미국 진출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어서다. SNE리서치는 “IRA와 유럽원자재법 시행으로 급속히 확대가 예상되는 미국·유럽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들이 업계 구도를 새로이 재편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간판 광물 기업 포스코홀딩스는 니켈과 리튬 공급망 구축을 통해 2030년까지 니켈 22만t, 리튬 30만t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뉴칼레도니아에 연산 2만t 규모의 니켈 정제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1년에는 호주 니켈 광산 업체인 레이븐소프의 지분 30%를 2억4000만달러(약 3100억원)에 인수했다.
‘하얀 석유’ 리튬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2018년부터 호주 광산업체 필바라미네랄스에서 리튬을 공급받는 동시에 아르헨티나에선 리튬이 녹아든 소금호수를 매입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근처에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연산 2만5000t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최근 호주 광물업체인 진달리리소스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미국에서 ‘점토 리튬’ 사업을 추진 중이다.
LG그룹에서는 계열사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가세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광산업체인 피드몬트리튬과 20만t 규모의 리튬정광 구매 계약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미국 자원 기업인 컴퍼스미네랄과 2025년부터 6년 동안 탄산리튬 약 1만1000t을 공급받기로 했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여러 곳을 대상으로 투자를 검토 중이다.
SK온도 리튬·니켈 확보에 나섰다. 작년 10월 호주 자원업체인 레이크리소스의 지분 10%를 사들였다. 내년부터 10년 동안 레이크리소스에서 리튬 23만t을 공급받는 계약도 맺었다. 작년 11월에는 에코프로 등과 인도네시아에 연산 3만t 규모의 니켈 공장을 짓는 계약을 했다. 또 지난해 11월 글로벌 자원기업인 칠레 SQM과 올해부터 5년 동안 리튬 5만7000t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가격 변동성이 높고 아동 노동 논란이 거센 코발트 함량을 줄인 ‘코발트프리 양극재’가 대표적인 차세대 제품으로 꼽힌다. 코발트 없이 리튬, 니켈, 망간으로 구성된 코발트프리 양극재는 가격 변동 우려가 적고, 안전성 면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저렴한 망간 비중을 늘린 ‘하이망간’ 양극재도 주목받고 있다. 망간은 니켈보다 세계 매장량이 10배 이상 많다.
안전성을 높인 전고체 배터리도 차세대 배터리를 얘기할 때 항상 언급된다. 액체인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 전고체 배터리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접촉을 방지하는 분리막이 있고, 액체 전해질이 양극, 음극, 분리막과 섞여 있는 형태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는 분리막이 없고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의 역할까지 대신한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온도 변화에 따른 배터리 팽창 및 외부 충격에 의한 유출 등 화재·폭발 등의 위험성이 있다. 반면 전해질이 고체인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해 훼손되더라도 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
전고체 배터리는 용량 면에서도 기존 배터리보다 우위에 있다. 용량이 높으면 그만큼 주행거리가 늘어나서다.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를 높여야 하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 폭발·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부품을 줄이고 그 대신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소재들을 채울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로 전기차 배터리 모듈, 팩 등의 시스템을 구성할 경우 부품 수 감소로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며 “용량을 높여야 하는 전기차용 배터리로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체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2025년 양산을, 현대자동차와 BMW는 2025년 시범 생산 후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도 2030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고, 포드 또한 차세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를 단기간 내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만한 수준까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명이 낮고 가격은 비싸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단기간에 상용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2030년 4대 소재 시장 규모 200조원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4대 소재 시장은 2022년 기준 549억달러(약 70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중국을 넘어 미국, 유럽 등으로 확대되면서 지속적인 소재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시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25년 934억달러(약 121조원), 2030년 1476억달러(약 192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대비 8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리튬이온배터리의 4대 소재는 전체 배터리 시장 규모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소재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 중 양극재는 4대 소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리튬과 금속 성분의 조합으로 구성된 양극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리튬이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여기에 코발트, 니켈 등 원자재 메탈 가격이 양극재 가격에 반영된다.
한국 배터리셀에 주로 쓰이는 삼원계 양극재의 경우 에코프로(한국), 유미코아(벨기에), XTC(중국), LG화학(한국), 론베이(중국)의 출하량이 1~5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리튬인산철배터리(LFP) 양극재는 중국의 위넝, 다이나노닉, 궈쉬안, BTR, 로팔이 1~5위를 싹쓸이했다. 음극재 또한 중국 주요 공급사가 대거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4대 소재의 국가별 점유율을 보면 한·중·일 3개국 공급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특히 중국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음극재의 경우 중국의 점유율은 84%에 달하며 양극재 60%, 전해액 72%, 분리막 6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SNE리서치는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K배터리’의 소재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RA가 중국산 원료와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제품의 미국 진출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어서다. SNE리서치는 “IRA와 유럽원자재법 시행으로 급속히 확대가 예상되는 미국·유럽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들이 업계 구도를 새로이 재편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韓 기업, 배터리 소재 핵심 광물 확보전
한국 소재 기업들은 리튬 등 배터리 소재에 쓰이는 광물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유럽 시장 진입로가 확보된 만큼 광물의 안정적인 조달이 곧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간판 광물 기업 포스코홀딩스는 니켈과 리튬 공급망 구축을 통해 2030년까지 니켈 22만t, 리튬 30만t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뉴칼레도니아에 연산 2만t 규모의 니켈 정제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1년에는 호주 니켈 광산 업체인 레이븐소프의 지분 30%를 2억4000만달러(약 3100억원)에 인수했다.
‘하얀 석유’ 리튬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2018년부터 호주 광산업체 필바라미네랄스에서 리튬을 공급받는 동시에 아르헨티나에선 리튬이 녹아든 소금호수를 매입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근처에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연산 2만5000t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최근 호주 광물업체인 진달리리소스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미국에서 ‘점토 리튬’ 사업을 추진 중이다.
LG그룹에서는 계열사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가세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광산업체인 피드몬트리튬과 20만t 규모의 리튬정광 구매 계약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미국 자원 기업인 컴퍼스미네랄과 2025년부터 6년 동안 탄산리튬 약 1만1000t을 공급받기로 했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여러 곳을 대상으로 투자를 검토 중이다.
SK온도 리튬·니켈 확보에 나섰다. 작년 10월 호주 자원업체인 레이크리소스의 지분 10%를 사들였다. 내년부터 10년 동안 레이크리소스에서 리튬 23만t을 공급받는 계약도 맺었다. 작년 11월에는 에코프로 등과 인도네시아에 연산 3만t 규모의 니켈 공장을 짓는 계약을 했다. 또 지난해 11월 글로벌 자원기업인 칠레 SQM과 올해부터 5년 동안 리튬 5만7000t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광물 조달 불안, 안전성 논란에 '차세대 배터리' 개발 속도 높여
배터리 업체들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료가 되는 광물의 조달 불안정성과 환경 파괴 논란, 리튬이온배터리 안전성 문제 등을 감안해 광물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모습이다.가격 변동성이 높고 아동 노동 논란이 거센 코발트 함량을 줄인 ‘코발트프리 양극재’가 대표적인 차세대 제품으로 꼽힌다. 코발트 없이 리튬, 니켈, 망간으로 구성된 코발트프리 양극재는 가격 변동 우려가 적고, 안전성 면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저렴한 망간 비중을 늘린 ‘하이망간’ 양극재도 주목받고 있다. 망간은 니켈보다 세계 매장량이 10배 이상 많다.
안전성을 높인 전고체 배터리도 차세대 배터리를 얘기할 때 항상 언급된다. 액체인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 전고체 배터리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접촉을 방지하는 분리막이 있고, 액체 전해질이 양극, 음극, 분리막과 섞여 있는 형태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는 분리막이 없고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의 역할까지 대신한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온도 변화에 따른 배터리 팽창 및 외부 충격에 의한 유출 등 화재·폭발 등의 위험성이 있다. 반면 전해질이 고체인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해 훼손되더라도 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
전고체 배터리는 용량 면에서도 기존 배터리보다 우위에 있다. 용량이 높으면 그만큼 주행거리가 늘어나서다.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를 높여야 하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 폭발·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부품을 줄이고 그 대신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소재들을 채울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로 전기차 배터리 모듈, 팩 등의 시스템을 구성할 경우 부품 수 감소로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며 “용량을 높여야 하는 전기차용 배터리로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체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2025년 양산을, 현대자동차와 BMW는 2025년 시범 생산 후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도 2030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고, 포드 또한 차세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를 단기간 내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만한 수준까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명이 낮고 가격은 비싸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단기간에 상용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