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무력화' 입법안에 들끓는 민심…공군 조종사도 '훈련 거부'
군부마저 네타냐후에 '항명' 조짐…이스라엘 분노·저항 확산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안에 저항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초강경 극우 정부는 사실상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강수를 추진하면서 역풍을 불렀는데, 몇 주째 이어지던 시위가 이제는 정치권과 민중을 넘어 군부로까지 퍼졌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저항 기류는 우선 공군 쪽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3일 예비역 공군 조종사 수백 명을 대표하는 중대장급 50명 정도가 공군 수뇌부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사법부 개정안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복수의 군 당국자가 전했다.

앞서 예비군 수백 명이 비필수 임무를 거부하겠다는 서명에 동참했으며, 일부는 이미 훈련 임무에서 철수했다.

여기엔 사이버 정보를 다루고 기술 산업을 주도해온 8200부대, 특수 정예 전투 부대 등이 포함됐다.

군 수뇌부는 이같은 분노가 자칫 군의 작전 태세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고 이들 당국자는 전했다.

실제로 공군에서는 예비역 조종사가 종종 시리아, 가자 지구 공습을 이끄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이란 핵시설 공격에도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예비역 조종사는 보통 한 달에 3∼4차례 투입돼 임무를 맡을 정도로 조종사 부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특히 주력 전투기인 F-15 중대에서 조종사 37명은 공군 참모총장에서 서한을 보내 이번 주 훈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전투 임무에는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군부마저 네타냐후에 '항명' 조짐…이스라엘 분노·저항 확산
이같은 항명의 배경에는 네타냐후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부 개정안에 맞선 야당과 민중의 분노가 군부까지 옮겨간 것이 도화선이 됐다.

'사법 정비'(judicial overhaul)라는 이름의 기본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의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정치 세력이 사법부의 견제를 받지 않은 채 연성헌법인 기본법을 고칠 수 있고, 판사 인사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민중 저항에 불씨를 댕겼다.

연초 시작된 거리 시위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시위대가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지만, 오히려 지난달 13일 예루살렘에서만 10만명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밤샘 시위를 벌일 정도로 민심이 점점 더 들끓는 상황이다.

당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도 학교나 일터를 떠나 시위 행렬에 동참하는가 하면, 퇴역 군인부터 의사, 기술 산업 종사자까지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거리로 나섰다.

특히 군부 일선의 저항은 사법부 개정안이라는 정치 쟁점이 불씨가 되기는 했지만, 극우 정부의 강경 행보에 대한 우려도 섞여 있다고 NYT는 전했다.

3일 회동에서 우려를 표명한 예비역 대표단은 정부가 자칫 불법 소지가 있는 임무를 명령할 가능성도 언급했다고 군 당국자들은 전했다.

실제로 국방부 내 유대인 정착촌 담당 장관을 겸임하는 극우 정치인 베잘렐 스모트리히는 지난 1일 팔레스타인 마을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말해 비난을 받았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의 발언이 무책임하고 혐오스럽다"며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네타냐후 정부는 군부 저항 조짐과 관련해 "특권층 군부 엘리트의 분노"라고 일축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군부마저 네타냐후에 '항명' 조짐…이스라엘 분노·저항 확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