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대학생 4명, 자취방 전전하더니…결국 일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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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증권·파생상품 대회 최우수상 입상자
'성대 레인메이커스' 팀 인터뷰
'성대 레인메이커스' 팀 인터뷰
"학교 경비아저씨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 잡고 있었죠.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자취방에서 할 때도 있었구요. 방에 책상이 없어서 박스 가져다 노트북 올려놓고 그렇게 연구했습니다."
제 18회 전국 대학생 증권·파생상품 경시대회 최우수상은 성균관대학교 '레인메이커스(왼쪽부터 김상범·류제현·강병국·신준섭)' 팀에 돌아갔다. 학구열 넘치는 성균관대 경영·경제학도 4명이 뭉쳐 6개월간 고군분투한 결과였다. 이들은 수상 결과에 어느 정도 확신도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들이 기울인 노력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 사옥에서 패기로 똘똘뭉친 '레인메이커스' 팀을 만났다.
마음을 굳혔지만 자료를 수집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불공정거래 기업들과 관련해 언론 등에 드러난 정보가 많지 않아서다. 신 팀장은 "심지어 거래소도 불공정거래 기업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떤 지표가 불공정거래로 연결되는지를 일일이 찾아봐야 했다. 일련의 과정들이 매우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스터디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건물 대부분이 일찍 문을 닫은 탓이다. 스터디 카페도 활용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팀원 자취방을 전전했다. 신 팀장은 "학교 경비아저씨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 했다. 스터디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팀원들 자취방에서도 많이 했는데 방에 책상이 부족해 박스를 책상으로 삼았다"고 했다.
특히 지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거리 분해' 방식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신 팀장은 "'거리 분해' 방식을 활용하면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풀이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이게 저희가 제시한 모형의 '비기(祕器)'다. 거래소가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진 공개돼 있진 않지만, 이 정도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팀 내 물을 흐뜨리는 소위 '팀플(팀프로젝트) 빌런'도 이 팀엔 없었다. 연구가 착착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고 신 팀장은 회상했다.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팀원들 덕에 수월했다고 전했다.
학문적인 접근을 좋아하는 팀원들의 성향이 높은 학구열을 요구하는 대회 성격과 잘 맞은 점도 신씨는 수상 비결로 꼽았다. 신 팀장은 "팀플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지만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교수님이 의도하는 팀플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게 얻은 결과는 최우수상만이 아니었다. 당초 설정했던 연구 목표에도 도달했다.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이 '이미 거래소의 시장감시 시스템에 근접한 감시 체계를 만들어냈다'며 놀라워했을 정도다. 실제 이들은 불공정거래에 가담할 낌새가 보이는 기업을 위험도별로 구분해 냈다. 그렇게 추려낸 기업을 보고서에 담진 않았지만 본선 발표 때 일부 언급하기도 해 심사위원들의 흥미를 끌었다. 팀은 거래소를 이곳저곳 탐방하느라 정작 결과 발표를 못 들어 다소 김이 샜다는 재밌는 일화도 전했다. 신 팀장은 "본선 발표가 끝나고 긴장이 풀려서 팀원들과 거래소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이때 결과가 발표된 거다. 자리에서 들었으면 더 희열이 있었을 것 같은데 뒤늦게 들어서 살짝 김이 샜다"며 웃음 지었다.
레인메이커스의 연구는 불공정거래 기업의 사전적 예방 조치와 관련돼 있다. 아무리 제재 수위를 강화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뭐 하냐'는 말이 있듯 애초에 발생 자체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팀은 판단했다. 제재 적시성 문제 등 불법행위에 대한 사후적 대응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사전 예방책을 연구하기로 한 동기가 됐다. 신 팀장은 "제재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적시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 기간 사실 소액주주들만 말라가는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더 중요한 건 사후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신 팀장은 "사전적 조치보다도 더 중요하고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이 사후적 조치다. 사전적 조치는 결국 기술 구현의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감시 기술이 더 고도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사후적 조치는 그렇지 않다. 체계적인 법안을 만들고 통과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결정권자들의 의지에 따라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힘 줘 말했다. 끝으로 팀원들은 대회 준비에 큰 도움을 준 김다혜 지도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4명의 팀원들은 이번 수상으로 한국거래소에 입사 시 서류전형에서 우대혜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3명은 학업을 이어 나갈 예정이며, 1명은 이미 금융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해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않을 예정이다. 팀원들은 "입사 혜택을 바라고 시작한 연구가 아니다"라며 "각자 역량의 맞는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제 18회 전국 대학생 증권·파생상품 경시대회 최우수상은 성균관대학교 '레인메이커스(왼쪽부터 김상범·류제현·강병국·신준섭)' 팀에 돌아갔다. 학구열 넘치는 성균관대 경영·경제학도 4명이 뭉쳐 6개월간 고군분투한 결과였다. 이들은 수상 결과에 어느 정도 확신도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들이 기울인 노력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 사옥에서 패기로 똘똘뭉친 '레인메이커스' 팀을 만났다.
자취방 전전하며 연구…순탄치 않았던 6개월
레인메이커스는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불공정거래' 발생 위험이 높은 기업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모형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쉽지 않은 주제였다. 원래 불공정거래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무언의 정의감이 솟구쳤다. 레인메이커스의 팀장을 맡았던 신준섭씨(25)는 "'우리 사회에 이런 불법적인 방식으로 소위 말하는 자산가가 된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는구나. 자본 시장이라는 것이 결국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건강할 수 있는 건데' 하는 우려와 관심이 그때 커졌다"고 설명했다.마음을 굳혔지만 자료를 수집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불공정거래 기업들과 관련해 언론 등에 드러난 정보가 많지 않아서다. 신 팀장은 "심지어 거래소도 불공정거래 기업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떤 지표가 불공정거래로 연결되는지를 일일이 찾아봐야 했다. 일련의 과정들이 매우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스터디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건물 대부분이 일찍 문을 닫은 탓이다. 스터디 카페도 활용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팀원 자취방을 전전했다. 신 팀장은 "학교 경비아저씨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 했다. 스터디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팀원들 자취방에서도 많이 했는데 방에 책상이 부족해 박스를 책상으로 삼았다"고 했다.
"적어도 빈손으로 돌아가진 않겠구나 했죠"
팀원들은 대회 막바지에 이르러선 밤낮 가리지 않고 보고서 작성에 열중했다. 4명 모두 설 연휴도 반납했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했기 때문일까. "적어도 빈손으로 돌아가진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신 팀장은 전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보고서를 낼 때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고.특히 지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거리 분해' 방식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신 팀장은 "'거리 분해' 방식을 활용하면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풀이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이게 저희가 제시한 모형의 '비기(祕器)'다. 거래소가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진 공개돼 있진 않지만, 이 정도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팀 내 물을 흐뜨리는 소위 '팀플(팀프로젝트) 빌런'도 이 팀엔 없었다. 연구가 착착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고 신 팀장은 회상했다.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팀원들 덕에 수월했다고 전했다.
학문적인 접근을 좋아하는 팀원들의 성향이 높은 학구열을 요구하는 대회 성격과 잘 맞은 점도 신씨는 수상 비결로 꼽았다. 신 팀장은 "팀플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지만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교수님이 의도하는 팀플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게 얻은 결과는 최우수상만이 아니었다. 당초 설정했던 연구 목표에도 도달했다.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이 '이미 거래소의 시장감시 시스템에 근접한 감시 체계를 만들어냈다'며 놀라워했을 정도다. 실제 이들은 불공정거래에 가담할 낌새가 보이는 기업을 위험도별로 구분해 냈다. 그렇게 추려낸 기업을 보고서에 담진 않았지만 본선 발표 때 일부 언급하기도 해 심사위원들의 흥미를 끌었다. 팀은 거래소를 이곳저곳 탐방하느라 정작 결과 발표를 못 들어 다소 김이 샜다는 재밌는 일화도 전했다. 신 팀장은 "본선 발표가 끝나고 긴장이 풀려서 팀원들과 거래소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이때 결과가 발표된 거다. 자리에서 들었으면 더 희열이 있었을 것 같은데 뒤늦게 들어서 살짝 김이 샜다"며 웃음 지었다.
레인메이커스의 연구는 불공정거래 기업의 사전적 예방 조치와 관련돼 있다. 아무리 제재 수위를 강화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뭐 하냐'는 말이 있듯 애초에 발생 자체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팀은 판단했다. 제재 적시성 문제 등 불법행위에 대한 사후적 대응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사전 예방책을 연구하기로 한 동기가 됐다. 신 팀장은 "제재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적시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 기간 사실 소액주주들만 말라가는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더 중요한 건 사후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신 팀장은 "사전적 조치보다도 더 중요하고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이 사후적 조치다. 사전적 조치는 결국 기술 구현의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감시 기술이 더 고도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사후적 조치는 그렇지 않다. 체계적인 법안을 만들고 통과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결정권자들의 의지에 따라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힘 줘 말했다. 끝으로 팀원들은 대회 준비에 큰 도움을 준 김다혜 지도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4명의 팀원들은 이번 수상으로 한국거래소에 입사 시 서류전형에서 우대혜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3명은 학업을 이어 나갈 예정이며, 1명은 이미 금융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해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않을 예정이다. 팀원들은 "입사 혜택을 바라고 시작한 연구가 아니다"라며 "각자 역량의 맞는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