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 신작…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구겨진 인생 펴질락 말락…영화 '어떤 영웅'
'라힘'은 빚을 갚지 못해 고소를 당하고 감옥에 갇힌다.

두 달여 만에 나온 귀휴 동안 거리에서 금화가 든 가방을 손에 넣게 되고, 이를 팔아 보석금을 내려다가 돌연 마음을 바꿔 주인에게 돌려준다.

그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며 라임은 대중의 영웅이 된다.

하지만 그의 평판이 높아질수록 의심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선행의 증거를 요구하는 이들 앞에서 임기응변식 거짓말을 둘러댔다가 상황은 점점 꼬여가기만 한다.

이란의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 '어떤 영웅'은 금화가 든 가방 주인을 찾아줬다가 의도치 않게 파국에 휩쓸리는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선한 표정에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라힘은 좋은 일을 하고도 자신을 드러내거나 꾸미는 데에는 서투르다.

대충 둘러댄 이야기가 계획된 거짓말을 한 것처럼 큰 오해를 불러오고, 영웅과 범죄자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줄타기가 이어진다.

작품은 둥글게 말린 카펫이 넓은 바닥에 펼쳐지는 과정을 보듯 미세한 기대와 긴장이 교차한다.

영웅으로서 대접받으며 감옥에서 조기에 석방될 것이라는 기대는 예상치 못한 굴곡을 만난다.

펴질 듯 말 듯 한 상황이 반복하면서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한다.

구겨진 인생 펴질락 말락…영화 '어떤 영웅'
이 영화는 내적 갈등이 이어지는 구조 속에 라힘이 과연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주목하게 만든다.

그러나 결말은 파라디 특유의 모호함으로 채워진다.

파라디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거의 미스터리에 가까운 이 모호함은 글쓰기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면서 "모호함과 일상을 다룬 이야기를 결합하는 것은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작품에는 주목할 만한 배우들이 여럿 나온다.

주인공 라힘 역을 소화한 아미르 자디디와 라힘을 끝까지 놔주지 않는 채권자의 딸 나자닌 역의 사리나 파라디다.

자디디는 이란 출신의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이자 코치 출신이다.

그간 드라마와 연극무대에서 이름을 알려온 그는 라힘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자 다부진 몸을 포기하는 대신 체중을 감량하고, 왜소하고 구부정한 자세를 연습했다고 한다.

사리나 파라디는 감독의 친딸이다.

그는 아버지의 대표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여자연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어떤 영웅'은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를 포함해 전 세계 영화제 13개 부문 수상 및 38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5일 개봉.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구겨진 인생 펴질락 말락…영화 '어떤 영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