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 후보에 윤경림…주총 표대결 예고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사진)이 향후 3년간 KT를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변수는 주주총회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KT CEO 선임 절차를 여러 차례 지적한 만큼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찬반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구 대표와 함께 ‘디지코’ 전략 주도

KT 이사회는 7일 윤 사장을 CEO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차기 대표 후보는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3년간 KT를 이끌 대표이사로 정식 임명된다. 이날 열린 면접에는 윤 사장과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등 4명이 참석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 사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궁극적으로 주주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윤 사장은 1986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과학과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밟았다. KT에선 신사업추진본부장, 미래융합전략실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맡았다. 인터넷TV(IPTV) 등 KT의 먹거리를 발굴한 전략가로 손꼽힌다. CJ와 현대자동차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구현모 대표와 함께 KT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전략을 세우는 등 KT 현안에 가장 밝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정치권에서 윤 사장을 두고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KT 대표 후보에 윤경림…주총 표대결 예고
당초 이달 3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구 대표의 연임이 확정됐지만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 분산 기업의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선임을 공모 형태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구 대표는 지난달 20일 마감한 지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23일 스스로 지원을 철회했다.

여권에선 KT가 후보를 4명으로 좁히는 과정에서 KT의 전·현직 인사만 남은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 등의 원색적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윤 사장이 이사회 멤버인 점을 지적해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CEO 선임 절차가 연기될 것이란 추측도 있었지만, KT는 예정대로 절차를 밟았다.

외국인·소액 주주가 변수

CEO의 최종 선임 여부는 이달 말 주총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KT는 2002년 정부 지분이 매각되면서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이다.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 형태다. 이 때문에 매번 CEO를 뽑을 때마다 외풍 논란이 불거졌다.

최대주주(8.53%)인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7.79%)과 신한은행(5.58%)은 KT와 지분 맞교환을 통해 동맹관계를 구축했지만, 정부와 반대 입장을 내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변수는 외국인 지분(약 44%)과 소액 주주다. 구 대표 체제에서 기업가치가 최대 두 배 가까이 오른 만큼 현 경영진에 대한 외국인·소액 주주의 평가가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CEO 최종 후보가 결정됐지만 3개월 넘게 미뤄진 조직 개편과 인사는 주총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주총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이사회 직후 내놓은 소감문을 통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는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해 KT가 국민 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도 “정부와 국회 등에서 우려하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에 맞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