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도 오지않는 '고도 침체'…뜨거운 美경제 '긴축 종료' 멀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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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미뤄지는 美 경기둔화
6개월 뒤 침체? … 월가도 몰라
부양책에 현금 쌓아둔 가계·기업
이례적으로 강한 소비력 보여
건설·車 업종 대량해고도 없어
'불황 초기 지표' 제조업은 부진
자본재 주문 등 둔화 조짐 여전
이달 22일 Fed 금리인상폭 주목
6개월 뒤 침체? … 월가도 몰라
부양책에 현금 쌓아둔 가계·기업
이례적으로 강한 소비력 보여
건설·車 업종 대량해고도 없어
'불황 초기 지표' 제조업은 부진
자본재 주문 등 둔화 조짐 여전
이달 22일 Fed 금리인상폭 주목
지난해부터 꾸준히 전망됐던 미국의 경기 침체 시기가 6개월 뒤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고도 침체(Godot recession)’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다.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주인공들이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따온 말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레이 패리스 크레디트스위스(C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 경제 상황에서 경기 침체는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오지 않는 고도와 같다”고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발생 시점에 대해서는 ‘아마도 6개월 안에’라고 모호하게 답한 걸 꼬집은 것이다. 패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가 전문가들은 ‘6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예측해왔으며 올 상반기에도 같은 전망을 반복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시장이 전망하는 경기 침체 시기가 자꾸 늦춰지고 있다는 얘기다. WSJ는 모두가 예상하는 경기 침체가 실제 빨리 닥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세 가지 들었다. 우선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저축을 쌓은 미국 가계의 소비력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의외로 오래가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 이코노미스트들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액은 약 1조7000억달러였다. 또 초저금리 시절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둔 기업들이 금리 인상 충격을 덜 받고 있다.
다음으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과 자동차 수요가 줄고 업계의 대량 해고로 이어진 과거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택 판매의 심각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건설 고용이 감소하지 않았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반도체 칩 부족으로 인해 신차 재고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인들은 외식, 여행 등 서비스 지출을 늘리는 강한 소비력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같은 요인으로 경기가 지탱되면서 물가 둔화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Fed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WSJ는 “최근 강력한 고용과 소비자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Fed의 시도를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조짐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업 지표 중 하나인 민간 자본재 주문(항공기 등 제외)은 1월 753억달러로 최근 고점(2021년 11월)보다 3.4% 줄었다. 제조업 신규 주문은 2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WSJ는 “미국 제조업 부진은 역사적으로 불황의 초기 신호로 여겨진다”고 했다.
시장은 이달 21~22일 열리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Fed 매파(통화 긴축 선호)가 입에 올린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부활할지가 관심이다. Fed는 지난해 기준금리를 네 번 연속 0.75%포인트 인상한 뒤 12월은 0.5%포인트, 올 2월은 0.25%포인트 올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5~4.75%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레이 패리스 크레디트스위스(C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 경제 상황에서 경기 침체는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오지 않는 고도와 같다”고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발생 시점에 대해서는 ‘아마도 6개월 안에’라고 모호하게 답한 걸 꼬집은 것이다. 패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가 전문가들은 ‘6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예측해왔으며 올 상반기에도 같은 전망을 반복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시장이 전망하는 경기 침체 시기가 자꾸 늦춰지고 있다는 얘기다. WSJ는 모두가 예상하는 경기 침체가 실제 빨리 닥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세 가지 들었다. 우선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저축을 쌓은 미국 가계의 소비력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의외로 오래가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 이코노미스트들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액은 약 1조7000억달러였다. 또 초저금리 시절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둔 기업들이 금리 인상 충격을 덜 받고 있다.
다음으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과 자동차 수요가 줄고 업계의 대량 해고로 이어진 과거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택 판매의 심각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건설 고용이 감소하지 않았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반도체 칩 부족으로 인해 신차 재고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인들은 외식, 여행 등 서비스 지출을 늘리는 강한 소비력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같은 요인으로 경기가 지탱되면서 물가 둔화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Fed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WSJ는 “최근 강력한 고용과 소비자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Fed의 시도를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조짐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업 지표 중 하나인 민간 자본재 주문(항공기 등 제외)은 1월 753억달러로 최근 고점(2021년 11월)보다 3.4% 줄었다. 제조업 신규 주문은 2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WSJ는 “미국 제조업 부진은 역사적으로 불황의 초기 신호로 여겨진다”고 했다.
시장은 이달 21~22일 열리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Fed 매파(통화 긴축 선호)가 입에 올린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부활할지가 관심이다. Fed는 지난해 기준금리를 네 번 연속 0.75%포인트 인상한 뒤 12월은 0.5%포인트, 올 2월은 0.25%포인트 올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5~4.75%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