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가격 소폭 반등…세계 2위 호주 밀 수출, 건조한 날씨에 20% 급감 예상 [원자재 포커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5월 소맥 선물 가격은 7일(현지시간) 전장보다 0.4% 오른 부셸당 6.98달러에 거래됐다. 이틀 연속 큰 폭으로 떨어졌다가 반등한 수치다.

밀 가격 반등은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호주가 밀 수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탓이다. 호주의 올해 작황이 건조한 날씨 탓에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밀 수출량도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호주 정부 기관인 농업·자원경제과학청(ABARES)이 7일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BARES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오는 7월 시작되는 2023∼2024 회계연도 밀 생산량을 2820만t, 수출량을 2250만t으로 각각 예상했다. 이는 이번 회계연도에 기록한 밀 생산량 3920만t, 수출량 2800만t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밀 가격 소폭 반등…세계 2위 호주 밀 수출, 건조한 날씨에 20% 급감 예상 [원자재 포커스]
ABARES는 이번 회계연도 밀 수확량이 늘어난 것은 라니냐 현상으로 비가 이례적으로 많이 내린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 회계연도에는 4월 파종을 앞두고 라니냐 현상 소멸로 다시 건조한 날씨가 예상돼 밀 작황이 그리 좋지 않겠으나, 용수 저장량과 토양 내 수분 함유량 등을 고려하면 그래도 평년 수준 정도의 수확량을 기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카놀라유 원료인 카놀라의 다음 회계연도 생산량은 540만t으로 35% 감소하고 보리와 수수 생산량도 각각 30%와 2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주요 작물의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곡물 생산 총액도 이번 회계연도 540억 호주달러(약 47조700억원)에서 다음 회계연도 460억 호주달러(약 40조1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가축 생산량은 350억 호주달러(약 30조5070억원)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한때 급등했던 일부 원자재 품목의 시세가 1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CRB 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수를 구성하는 19개 품목 중 밀·원유·동·알루미늄 등 14개는 지난 2월 17일 가격이 작년 2월 23일 시점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닛케이는 "러시아를 대체할 원자재 공급처가 나오면서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다"면서도 "중국 경기가 회복하면 원자재 가격에 상승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원유와 가스의 거래 양상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과 독일은 지난해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2021년보다 약 60% 줄었다. 반면 중국은 30% 늘었고, 인도는 17배로 급증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했던 유럽은 미국산 가스 수입량을 늘렸다. 항공기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산을 대신할 일본산 티타늄 소재의 수요가 증가했다.
다만 닛케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연말과 현재의 원자재 시세를 견줘보면 19개 품목 모두가 상승했고, 2019년 수준으로 가격이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