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하겠다는 기업 25%도 "채용규모는 줄일 것"
올해 상반기 신입채용 시장이 열렸지만, 기업 절반 이상은 신입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기업들이 고금리·고물가·고유가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채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노경윤 전국대학교 취업관리자협의회 회장(영남대 취업센터장)은 "기업들이 수시채용과 지방근무 인력채용을 여전히 많다"며 "경기가 어려울수록 일단 작은 기업에 입사해 경력직으로 원하는 회사에 이직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달 10~27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응답 기업 126개사)을 대상으로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했더니,응답 기업의 39.7%는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고, 15.1%는 신규채용이 없다고 답했다. 상반기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기업 비중은 전년 동기(7.9%)보다 1.9배나 증가했다.

전경련은 "고물가·고금리 기조 지속, 공급망 불안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침체 장기화 조짐이 보이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채용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45.2%였다. 이중 채용 규모가 작년과 비슷한 기업은 50.8%,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은 24.6%였다. 2022년 조사와 비교하면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이 20.3%포인트나 증가했다.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주요 이유는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29.0%), 회사 내부상황(구조조정·긴축경영 등)이 어려워서(29.0%) 등으로 조사됐다.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미래 인재 확보 차원에서(42.9%), 회사가 속한 업종 경기가 좋거나 좋아질 전망(35.7%) 등을 이유로 꼽았다.
상반기 채용인력의 67.5%는 이공계열 졸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열은 32.1%, 예체능 등 기타 전공 계열은 0.4%다.

'중고신입'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대졸 신규입사자의 22.1%는 경력이 있지만, 신입직 지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노동·산업 분야 등 기업규제 완화(30.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밖에 필요한 정책과제로는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1.7%), 신산업 성장 동력 분야 기업 지원(16.9%), 정규직·노조 등에 편중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12.9%) 등이 있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이 경영방침을 보수적으로 재정비하면서 채용시장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 완화, 조세 지원 확대 등으로 기업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준다면 일자리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채용하겠다는 기업 25%도 "채용규모는 줄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