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시, 취향을 삽니다』 저자, 최수하
(브랜드 전략가, 트렌드 분석가)


최근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3'에서 LG전자는 가전 제품 키워드로 ①프리미엄 ②개인화를 제시했다. 첫번째, LG전자는 새로운 기능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에 심혈을 기울였다. 'LG 씽큐(LG ThinQ)' 앱으로 냉장고 색상을 바꿀 수 있는 무드업 냉장고와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 2세대 제품 등이 대표작이다.

두번째, TV제품군 전시 공간에서는 소비자 맞춤형 '개인화 전략'을 강조했다. LG전자는 독자적인 TV 운영체제 webOS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TV 화질과 음질도 직접 고를 수 있게 했다. 이제 프리미엄 가치와 취향을 기반으로 한 개인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은 더 이상 시장에서 점점 더 설 자리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

가치나 취향을 드러내려는 자기 중심적 소비인 ‘미코노미’, 평균적이고 무난한 상품은 외면받는 ‘평균 실종’, 소비가 세분화되는 ‘N극화’ 양상은 ‘프리미엄 소비’를 이끄는 거대한 흐름이다. 이제 불황에도 지지 않는 프리미엄 소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소비의 대중화는 기업이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소비 코드이며 바로 적용 가능한 마케팅 솔루션이다. MZ세대의 프리미엄 소비 코드를 읽어야 달라진 소비 가치관을 파악하고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다.

비싸도 잘 팔리는 프리미엄 브랜드, 어떻게 MZ세대를 열망하게 만들었는가

뜨거운 관심만큼 많은 분석이 쏟아졌지만, ‘MZ세대’는 여전히 기업의 화두다. 고객이자 직원이 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기업마다 특별 전담팀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MZ세대의 여러 소비 행태, 즉 소확행, 플렉스, 무지출 챌린지, 보복 소비, 필환경 소비 등등을 들며 이들의 소비 트렌드는 종잡을 수 없다고 고민을 토로한다.

사실 MZ세대다움을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연령에 따른 특성이기도 하고, 시대 변화로 인한 사회문화상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고, 그 자체로 인간 본연의 심리 현상이기도 해서다. 특히 MZ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플렉스’ 소비 문화가 크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소비로 허영심을 채우는 데만 급급한 것도 아니고, 무조건 비싸다고 사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무지출 챌린지로 대변되는 극단적인 가성비 소비를 하기도 한다. 한 세대에서 양극화된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고, 한 개인이 양극화된 소비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MZ세대가 내 제품과 브랜드에 열광하게 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한 경제상황은 이제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갈대 같아 보이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소비 이면의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현상은 가변적이다.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층이 요즘 무엇을 그리고 왜 좋아하는지, 이들이 소비를 통해 자신의 삶과 문화, 가치관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쓰는 현상이 일견 모순되어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나 무지출 챌린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잠깐의 멈춤이고, 더 큰 만족을 위한 지연이다. 알뜰하게 생활한 자신을 위해 나중에 더 크게 보상하고 싶어 한다. 뇌과학 측면에서 해석한다면, ‘감정들의 긴장 관계’에 놓인 상태다. 즐기려는 ‘쾌락주의적 긴장’과 통제하려는 ‘금욕주의적 긴장’이 서로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격이다. 쓸 때 쓰기 위해 아낀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낄 때 아끼기 때문에 쓸 때 쓸 수 있다.

그런 만큼 가격이 비싸도 기능,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더 좋은 제품이 주목받는다. 이는 미코노미(Meconomy) 트렌드와 결합하여 ‘프리미엄 미코노미’로 향하고 있다. 미코노미는 한마디로 자기 중심 소비다. 사람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나에게 더 큰 가치를 주는 제품을 선택한다. 다만 단순히 과시적 목적으로 값비싼 물건을 사던 플렉스 소비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며 일상에서의 지속적 행복을 추구하는 성숙한 소비 행태로 흐름이 바뀐 것이다.

달라진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 ‘플렉스’를 넘어 ‘팬시’에 주목해야

MZ세대는 어쩌다 한 번 누리는 ‘특별함’이 아니라 일상적인 특별함을 원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욕망은 프리미엄 소비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잘 누릴 줄 아는 이들이기에 소비문화까지 바꿔나간다. 프리미엄의 영역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면서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와인, 위스키와 같은 고급 주류, 희소성 있는 향으로 MZ세대를 사로잡은 니치 향수, 친환경 가치를 내세운 전기차와 비건화장품 등 MZ세대는 다른 사람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기준을 프리미엄이라 여긴다. 삶의 행복도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 기준으로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독특함으로 MZ세대를 사로잡은 대표적인 니치 향수 제품(출처: 바이레도 홈페이지)
독특함으로 MZ세대를 사로잡은 대표적인 니치 향수 제품(출처: 바이레도 홈페이지)
프리미엄 소비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촉발된 일시적 현상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가와 금리가 오르고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소비가 위축되지 않을까? 그러나 소비자의 구매력은 줄어도 소비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싸거나 가성비가 좋다고 다 팔리는 것은 아니며, 비싸다고 무조건 팔리는 것도 아니다. 경기가 위축되면 소비는 더욱 양극화된다. 무지출 챌린지가 이어지고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이도 증가했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프리미엄 취향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MZ세대는 브랜드 가치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지갑을 연다. ‘힙하고 멋지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질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는다. 이렇듯 가격보다는 가치나 취향에서 프리미엄의 가치를 두는 현상을 ‘팬시’라고 이름 붙였다. 팬시는 프리미엄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수가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사치’가 아닌 ‘가치’로 받아들이며, ‘가짐’보다 ‘누림’을 지향하고 ‘실재’ 이상의 ‘가상’을 넘나들며 소비하는 새로운 경향이다. 특히 플렉스 이후 더 성숙해가는 프리미엄 소비의 대중화, 다양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향을 이끄는, 즉 팬시 소비를 즐기는 사람을 영앤리치와 견주어 ‘영앤팬시(Young&Fancy)’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들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앤팬시족이 즐기는 팬시 소비는 네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첫째, ‘특권에서 일상으로’다. 호텔, 와인, 골프, 테니스 등 특권적 취향과 경험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우리 생활 가까이로 편입되고 있다.

둘째, ‘사치에서 가치로’다. 명품, 향수, 홈 라이프스타일 등 사치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한다.

셋째, ‘가짐에서 누림으로’다. 친환경, 지속 가능성, 미래 세대, 타인 등과의 공존과 공유가 나를 위한 진정한 누림이라고 여긴다.

넷째, ‘실재에서 가상으로’다. 친디지털 시대, 온라인과 오프라인, 실재와 가상, 놀이와 소비의 경계가 사라지는 곳에서 소비가 일어난다.

이 네 가지 소비 코드는 불황을 이기는 상위 1% 브랜드의 열쇠다. 이제 브랜드의 미래는 ‘나를 위한 1%의 취향과 경험’을 제공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기회를 발견하고 연결하여 소비자를 자극하고 탐험하게 하라. 그럴 때 선망받는 브랜드로 재탄생할 수 있다.

가격으로 팔지 말고, 취향을 사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