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중도 유출 의혹' 게임에…넥슨 "끝까지 책임 물을 것"
넥슨의 사내 프로젝트를 무단 반출해 신규 게임을 내놓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내 게임사 ‘아이언메이스’에 대해 넥슨이 “관련자와 법인 모두에 대해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입장을 내놨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이날 오전 감사·법무실 합동 명의로 올린 사내 공지를 통해 “‘다크앤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에 대해 수사기관의 엄중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며 “유출 관련된 각 주체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넥슨은 지난달 글로벌 4차 알파테스트(시범운영)를 마친 ‘다크앤다커’를 자사 신규 게임 프로젝트 ‘P3’ 소스코드 등을 무단 유출해 만든 게임으로 보고 있다. 2020년 7월 출범한 P3팀 일부가 게임을 만들던 중 코드 등 개발 정보를 대거 빼돌린 뒤 넥슨을 나가 비슷한 게임을 따로 출시했다는 얘기다.

넥슨은 △당시 P3 팀장이 개발 정보를 대거 무단 반출한 경위가 있다는 점 △아이언메이스 주요 직원들이 전 넥슨 P3 팀 출신이라는 점 △다크앤다커 게임의 세계관, 전투 방식, 디자인 등이 P3 프로젝트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넥슨은 “P3 프로젝트 리더 A씨가 소스를 개인 소유 외부 서버에 무단 반출한 것이 확인 돼 2021년 사내 조사 후 징계해고 됐고, 이후 20명가량이던 팀 인력 중 절반 이상이 퇴사했다”며 “당시 퇴사한 이들 대부분이 아이언메이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알렸다.

당시 P3 기획파트장이었던 B씨는 현 아이언메이스 대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이언메이스 공식 홈페이지의 영문 소개글엔 ‘우리는 한국에서 히트작을 많이 작업한 베테랑 게임 개발자 모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넥슨에 따르면 A씨는 징계해고 약 두 달 뒤인 2021년 10월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했다. 이후 약 10개월만인 작년 8월엔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다크앤다커 테스트 버전을 무료 공개했다.

게임 기능과 그래픽과 스토리라인 등을 두루 고려할 때 개발 과정이 매우 이례적으로 빨랐다는 평가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작년 8월 내놓은 다크앤다커 수준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데엔 통상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며 “개발자들 사이에선 이미 ‘몇달 해서 된 결과물이 아니다’라는 추측이 많았다”고 말했다.
넥슨의 프로젝트 P3와 다크앤다커 게임 화면 비교. 사진 연합뉴스
넥슨의 프로젝트 P3와 다크앤다커 게임 화면 비교. 사진 연합뉴스
다크앤다커는 지난달 4차 알파테스트 운영 첫날 동시 접속자가 10만명 이상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열흘간 게임 이용자는 200만명을 넘겼다. 아이언메이스는 다음달 이 게임 5차 테스트를 연 이후 연내 얼리액세스(앞서 해보기) 형식으로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언메이스는 앞서 “게임 제작 과정에서 훔친 데이터나 코드가 쓰인 바는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넥슨은 “P3가 정상적으로 사내에서 개발 과정을 거쳤다면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의 이름을 걸고 출시됐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회사의 이익 침해를 넘어 게임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회사와 구성원의 자존심의 문제이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지난 7일 아이언메이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개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A씨 등이 넥슨에서 유출한 데이터를 게임 개발에 사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