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정보기관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의 배후가 친(親)우크라이나 단체라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폭발 사건의 배후로 드러나면 에너지난을 겪으며 우크라이2나를 지원해온 서유럽 국가들과의 관계에 균열이 가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는 또 다른 배후설을 제기하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

여권 위조한 6명이 가스관 터뜨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독일 디차이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과 독일의 각 정보기관은 친우크라이나 단체가 지난 9월 발생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의 배후라는 정보를 최근 확인했다. 덴마크·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일어난 폭발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4개 중 3개가 파괴됐다. 폭발음 분석을 통해 당시 사고가 고의에 의한 것임이 규명됐지만 사건 배후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독일 수사당국이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이 폭발에는 위조 여권을 사용한 인원 6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항해사 1명, 잠수사 2명, 잠수보조사 2명, 의사 1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이들은 트럭으로 독일 북동부의 로스토크항까지 폭발 장비를 운반한 뒤 정박해 있던 요트에 실었다. 우크라이나인 2명이 공동 소유한 폴란드 선적의 요트였다. 이 요트는 폭발이 확인되기 20일 전인 지난해 9월 6일 출항했다. 독일 수사당국은 귀항한 요트 내 탁자에서 폭발물 흔적도 확인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연결됐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정부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료를 인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고위 인사가 연루됐거나 우크라이나 정부 지시에 따라 폭발이 일어났다는 증거는 없다”며 “용의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대파인 정황만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조사 완료 후 적절히 조치”

우크라이나가 가스관을 폭발시킨 것으로 확인되면 서유럽과 우크라이나 간 관계가 악화할 전망이다. 가스관 파괴로 천연가스 확보가 어려워지자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부족으로 신음했다. 독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8월 7%에서 폭발 사건이 있던 9월 8.6%로 1.6%포인트 급등했다.

우크라이나는 배후설을 즉각 부인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우크라이나는 가스관 관련 월권 행위에 절대 연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미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이 며칠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폭발 사건을 조사 중이며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조사 완료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서구 언론의 보도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8일 러시아 관영통신사인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관료들이 어떻게 조사 없이 이런 추측을 할 수 있느냐”며 “(이번 보도는) 공격을 주도한 이들이 관심을 다른 데 분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가 벨라루스 본토에 가해진 드론 공격의 배후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27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인근에 있는 마출리시 비행장에서 러시아제 조기경보기인 베리예프 A-50가 정체 불명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벨라루스의 반체제 단체인 ‘비폴’은 이 공격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7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과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 공격을 지휘했다”며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