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이 열광하던 ‘신의 직장’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국가직 9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마사회 등 공기업 경쟁률도 줄줄이 추락하고 있다. 안정성보다 삶의 질과 개인의 성취에 몰입하는 Z세대가 최근 취업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선호 직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이 22.8 대 1로 집계됐다. 이는 1992년 19.2 대 1을 기록한 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공공 부문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국경제신문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 등 4개 국책은행 채용 경쟁률은 2015년 81 대 1에서 2022년 35 대 1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신이 감춰둔 직장’으로 불리던 마사회는 158 대 1(2015년)이던 경쟁률이 지난해 84 대 1로 반토막 났고, 예금보험공사 입사 경쟁률은 같은 기간 221 대 1에서 56 대 1로 4분의 1토막 났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밀레니얼(M) 세대 사이에서 안정성의 상징인 공기업은 ‘신의 직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개인의 성장을 중시하는 Z세대는 다른 가치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Z세대는 농업적 근면성을 강조하고 직원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려는 직장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영연/이광식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