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지난해 한국산 부품이 들어가는 크랩(크라프·Krab) 자주곡사포를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수출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 한국 방위사업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한 모든 서류와 가능한 문제들을 검토한 후 폴란드에 수출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한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 부품을 제공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승인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HSW(Huta Stalowa Wola)가 생산하는 크랩 자주포에는 한국 K9 자주포의 섀시 부위를 비롯해 영국제 포탑과 프랑스제 포신 등 다양한 국가의 부품이 들어간다.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 측 과거 발표를 보면 한국은 2016년에 크랩 생산용 K9 차체를 초도 공급했다. 작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크랩 자주포 18대를 보냈고, 이후 추가로 수십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크랩 자주포는 한국, 영국, 독일 등 지원으로 폴란드에서 생산된 폴란드 자주포로, 한국은 차체만 공급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한국이 지원한 부분은 전체 자주포의 일부분이며, 한국산 무기체계가 우크라이나로 이전된 것이 아니다"며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차체는 살상용 무기가 아니므로 살상용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원칙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했다고 비난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 진영에서 한국을 향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월 방한 당시 "한국이 군사적 지원이라는 특정한 문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