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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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지사(사진)가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검사가 아닌 '대통령의 길'을 가야한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민생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는 제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기관에 기댄 국정운영을 중단해야한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김 지사는 "안양 23평 아파트 주민의 난방비가 두 배로 오르고, 수원 대학생이 월세가 올라 자취를 포기하고 하루 3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는 등 민생이 벼랑 끝에 서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연쇄도산, 가계부채 위기가 올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는 끝간데 없이 싸우며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김 지사는 민생복원과 정치복원을 위해 3가지 제안을 했다.

검(檢)주국가, 권(權)치경제 탈피해야

김 지사는 "언제까지 검찰 수사가 뉴스 1면을 장식하는 세상에 살아야 하나"며 "경기도만 해도 민선 8기 출범 이후 열세 차례의 압수수색을 받느라 도정이 마비될 지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순신 사태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며 "검사가 추천하고, 검사가 검증한 검찰 출신 인사가 경제를 포함한 정부 요직에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관치경제를 넘어 권치경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뿐더러 물가, 금융, 노사관계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지시하고 검찰과 경찰이 나서는 권위주의적 관리가 일상화했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휘두르는 칼을 내려놓고 국민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며 "대통령은 검사가 아닌 대통령의 길의 가야한다"고 했다.

경제정책 대전환해야

김 지사는 "민간 주도 혁신경제와 정부 중심 사회투자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말로만 민간주도 경제를 표방하면서 막상 경제, 산업, 기업활동에 대한 간섭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사회안전망과 복지에 대한 정부역할도 축소됐다는 게 김 지사의 판단이다.

그는 "서민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회복), 신용보강, 금융지원 등을 확대해야한다"며 "경제위기에 가장 먼저 고통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도 강화돼야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재정정책의 획기적 전환도 필요하다는 게 김 지사의 설명이다. 그는 "건전재정이 중요할 때가 있고, 적극재정이 중요할 때가 있는데 지금은 어려움을 겪는 가계과 기업을 위해, 앞으로 닥칠 더 큰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재정이 역할을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방적 국정운영, 사생결단 여야관계 청산해야

정부가 일방주의를 버려 야당과도 대화해야한다는 게 김 지사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연금, 교육개혁은 여야간의 합의 없인 불가능하다"며 "여당은 대통령만 바라볼 게 아니라 야당과 노조 등 경제주체들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새로 선출된 (김기현) 여당 대표는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말고,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여야정은 물론 기업 노동 지자체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국가민생경제회의를 제안한다"고 했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 및 경제주체가 함께 대화할 때 제대로된 '국민의 길'이 만들어지고 정치복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시사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1년 전 정권을 빼앗길 때보다 더한 당의 위기, 국민의위기다"라며 "정부 여당과는 정책으로 경쟁하고 민생위기 극복에 당의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과 가계, 시장에 희망 심어주고, 원내 1 야당으로 (정부여당에) 협조할 건 하고, 잘못된 건 비판해야 거듭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지사는 "작금의 현실은 짧게 보는 정치가, 길게 봐야할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며 "국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쓸데없는 정쟁과 공허한 논쟁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는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모두가 민생복원, 정치복원의 길로 가야한다"고 촉구했다.

수원=김대훈/윤상연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