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25분 만에 '완판'…첫 방송서 대박 낸 쇼호스트 정체 [오정민의 유통한입]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버추얼휴먼(가상인간) '루시'를 쇼호스트로 내세운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라방)의 첫번째 방송. 루시가 소개한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 가방과 카드케이스는 25분 만에 완판됐다. "완판됐어요"라고 제작진이 품절을 알리자 루시는 손뼉을 치고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라방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유통기업들이 라이브커머스 채널 개편에 나서는 등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커머스 티몬은 라이브커머스 '티비온'을 개편해 숏폼 콘텐츠를 아우르는 미디어 커머스 브랜드 '티몬플레이'(TMON PLAY)를 선보였다. 사진=티몬
이커머스 티몬은 라이브커머스 '티비온'을 개편해 숏폼 콘텐츠를 아우르는 미디어 커머스 브랜드 '티몬플레이'(TMON PLAY)를 선보였다. 사진=티몬
9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홈쇼핑 기업들을 중심으로 라이브커머스 채널 개편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티몬은 라이브커머스 '티비온'을 개편해 숏폼 콘텐츠를 아우르는 브랜드 '티몬플레이'(TMON PLAY)를 선보였다. 티몬플레이는 유튜브형 영상과 숏폼 형태로 콘텐츠 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다. 기존 라이브 방송 편집 영상에 더해 쇼핑팁, 생활 정보 관련 콘텐츠 등을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입점 셀러들이 자체 판매 방송을 할 수 있도록 '개방형 라이브'를 운영하는 동시에 유튜브나 TV 홈쇼핑 채널 등과 제휴도 추진한다. 전구경 티몬 마케팅본부장은 "고객의 쇼핑 콘텐츠 소비 행태와 입점 셀러의 수요에 맞춰 미디어커머스를 개편한다. 유저 중심으로 콘텐츠 접근과 시청자 접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지난 1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라이브 11'에 '오픈 라이브' 서비스를 추가해 오픈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과거에는 11번가와 협의한 판매자만 라방을 할 수 있었으나 일반 개인 판매자도 라방을 운영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11번가는 LIVE11의 자체 예능형 콘텐츠 등 기존 기획방송도 꾸준히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홈쇼핑업계에선 현대홈쇼핑이 올해 1월 현대H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새단장했다. 라이브커머스 채널명을 기존 '쇼핑라이브'에서 '쇼라'로 변경하고, 새 고정 프로그램 '구해왔쇼라'를 선보였다. 희소성 높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판매하는 콘텐츠로 차별화한 게 포인트.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20~30대 소비자가 줄임말에 익숙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채널 이름을 바꿨다. MZ(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플랫폼이란 정체성을 더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은 현대H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 채널 리브랜딩에 나섰다. 사진=현대홈쇼핑
현대홈쇼핑은 현대H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 채널 리브랜딩에 나섰다. 사진=현대홈쇼핑
이에 한 발 앞서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2월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를 내세워 라이브방송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기존 라이브방송과 별도로 루시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라방을 진행한다. 롯데홈쇼핑은 20~30대 고객을 타깃으로 루시를 활용해 마케팅을 펼친다. 루시가 메인 쇼호스트로 데뷔한 첫 방송에서 미우미우의 가방과 카드케이스가 25분 만에 완판된 것을 비롯해 비비안웨스트우드의 잡화 역시 30분 만에 준비 물량이 동났고, 지난달 선보인 미니 건조기도 40분 만에 완판에 성공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루시의 영향력을 기존 홈쇼핑의 5060세대 고객을 넘어 신규 MZ세대 고객 유입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쇼핑라이브 최근 짧은 동영상(숏폼)을 접목했고, 개인 판매자가 자체 쇼핑몰에서도 라방을 연동할 수 있는 베타 서비스를 도입했다.

1020 힘입어 쑥쑥 크는 라방 시장…IT 제품 '대박'

사진=CJ온스타일
사진=CJ온스타일
유통가가 라이브커머스에 힘을 쏟는 이유는 성장성과 10~20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서다. 경기불황 속 성장이 정체된 유통업계에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매출성장률이 두드러지는 신사업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1년 상호에서 '홈쇼핑'을 떼고 라이브커머스 강화에 나선 CJ온스타일의 경우 지난해 라이브커머스 취급고가 전년보다 203% 뛰었다. 가수 브라이언을 기용한 대표 콘텐츠커머스 프로그램 '브티나는 생활'은 론칭 1년 만에 누적 주문금액 157억원을 기록했다. 티몬의 라이브커머스 티비온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한 편당 방송 중 거래액이 직전 분기보다 88% 급증했다. 티몬 관계자는 "(라이브방송)이 쌍방향 소통 기반의 구매 루트로 이용되면서 판매액이 꾸준히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11번가
사진=11번가
교보증권은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6조2000억원에서 올해 1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라이브커머스는 디지털 및 가전제품 판매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브커머스 데이터 업체인 라방바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거래액이 많은 카테고리는 '디지털·가전'으로 전체 거래액(2조원 추산)의 24%를 차지했다. 단일 라이브방송 기준 매출 1위는 지난해 8월 11번가에서 진행된 '갤럭시 Z플립·폴더 4’ 제품의 사전 판매 방송이 꼽혔다. 당시 2시간 동안 53억2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는 게 라방바 데이터랩 분석이다. 5억원 이상의 매출을 낸 방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브랜드는 '다이슨'으로 추정된다.

라방바 데이터랩 측은 "다이슨의 (이미용기기) ‘에어랩 스타일러’ 제품은 라이브커머스로만 약 150억원어치 넘게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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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