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가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약 후보물질 솔라네주맙의 연구개발(R&D)을 중단한다고 8일(미국 시간) 밝혔다.

무증상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A4)에서 솔라네주맙이 효능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솔라네주맙은 1세대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2세대인 도나네맙보다 앞서 릴리가 개발하고 있었다.

레켐비나 도나네맙 등 2세대 알츠하이머 항체는 직접적으로 독성을 띄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표적한다. 솔라네주맙은 아밀로이드베타가 서로 결합해 독성 단백질이 되기 이전(단량체)에 작용하는 항체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은 단량체에서 출발해 결합을 통해 이량체 또는 삼량체가 된다. 응집 정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큰 덩어리(플라크)가 된다.

알츠하이머 예방약으로서 솔라네주맙의 유효성을 보기 위한 3상의 1차 평가지표는 무증상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PACC’ 점수의 변화다. 이 외에 인지기능지수(CFI), 뇌척수액(CSF) 내 타우의 변화 등을 2차 평가지표로 설정했다. 릴리에 따르면 솔라네주맙은 1차 및 2차 평가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릴리 관계자는 “솔라네주맙이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늦추지 못했다”며 “뇌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제거하지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축적을 중단시키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량체인 아밀로이드베타를 표적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법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A4 연구는 65~85세 1100명 이상의 환자를 등록한 대규모 임상이었다. 뇌에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가 축적되고 있지만, 아직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참가자들은 솔라네주맙 또는 위약에 무작위 배정된 뒤 4년6개월 동안 투약했다.

이번 임상 실패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솔라네주맙은 2016년 경도 치매 치료 목적의 임상 3상(EXPEDITION3)에서도 유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문민호 건양대 의대 교수는 “이론적으론 아밀로이드베타 단량체를 제거하는 방법이 병의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같지만, 레켐비나 도나네맙 등의 임상 결과를 보면 독성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게 임상적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솔라네주맙은 바피네주맙, 크레네주맙 등과 함께 1세대 알츠하이머 항체 후보물질로 꼽힌다. 이번 연구 중단으로 1세대 항체 후보물질의 연구개발은 모두 종료됐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9일 14시 3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