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우의 퀀트 포커스

“Fed가 증시 좌우하는 상황에선 저평가 매력 높게 쳐줘야”
삼바·한미약품·대웅제약 등 이익 기반 갖춘 제약사 돋보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계속해서 주식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작년부터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Fed의 태도에 따라 주요 주가지수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됐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스피는 등락을 반복하며 저점을 높여오고 있다”며 “실적보다는 Fed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기대와 실망에 따른 밸류에이션 변화가 시장의 방향성에 크게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금융장세가 이어진다면 전략적으로 저평가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게 쳐줘야 한다”며 “향후 실적 장세로 넘어갈 경우 실적 반등 기대감이 높은 종목은 더욱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한경 마켓PRO는 에프앤가이드의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지난 8일 종가 기준 12개월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근 5년동안의 하위 10%에 포함되는 종목을 추렸다. 저평가 기업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이중 3개 이상의 증권사가 내놓은 추정치로 형성된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최근 한 달 사이 상향돼 1년 전보다 성장이 점쳐지는 종목은 금융회사를 제외하고 모두 11개였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추려진 종목 중 가장 시가총액이 큰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12개월 포워드 PER는 66.51배로, 5년 동안의 하위 10% 값인 82.98배보다 19.85% 낮은 수준이다.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한달 전 대비 0.01% 상향된 2493억원이며, 이는 작년 1분기 실적 대비 41.31% 큰 숫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한미약품과 대웅제약까지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세 종목이 저평가된 상태에서 이익 성장이 점쳐지는 종목으로 꼽혔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의 원재료 격인 균주의 출처를 놓고 분쟁을 벌인 메디톡스와의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한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12개월 포워드 PER이 저평가 영역으로 떨어졌다. 다만 대웅제약이 항소하면서 아직 실적에는 소송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데다, 최근 허가 받은 신약의 출시를 앞둔 영향으로 이익 전망은 상향됐다.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한달 전 대비 12.15% 상향된 281억5000만원이다. 컨센서스 상향 폭이 추려진 종목 중 가장 크다. 작년 1분기 실적인 230억원 대비 22.13% 성장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미약품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59억5500만원으로, 1년 전 대비 12.47%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12개월 포워드 PER은 28.28배로, 5년동안의 하위 10% 값인 39.09배 대비 27.64% 낮다. 하위 10% 값과 현재 값의 차이가 추려진 종목 중에서 두 번째로 크다.

12개월 포워드 PER의 저평가 정도가 가장 큰 종목은 CJ대한통운이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12개월 포워드 PER은 8.49배로, 5년 동안의 하위 10% 값인 11.80배 대비 28.10% 낮은 수준이다.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59억7100만원으로, 1년 전의 757억원 대비 26.84%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 기대감이 가장 큰 종목은 조선기자재업체인 성광벤드다.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9억3300만원으로, 1년 전 실적인 31억원 대비 3배 이상이다. 한달 전에 집계된 컨센서스와 비교하면 11.19% 상향돼 추려진 종목 중 두 번째였다. 2020년 말부터 이어진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호황이 실적에 반영될 시기가 다가온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8일 종가 기준 12개월 포워드 PER은 10.20배로, 5년 동안의 하위 10% 값 11.20배 대비 8.93% 낮은 수준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