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 '사이코' 음악이 녹아있다…EDM 장인 '다프트 펑크'의 발레곡 [오현우의 듣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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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트 펑크' 멤버
방갈테르의 첫 발레곡
발레극 '신화'에 깔린 음악
다프트펑크 멤버 방갈테르 작품
전자음악처럼 관현악곡 전개
클래식계에 신선한 충격 안겨
관현악곡 23개 엮어 음반 발매
방갈테르의 첫 발레곡
발레극 '신화'에 깔린 음악
다프트펑크 멤버 방갈테르 작품
전자음악처럼 관현악곡 전개
클래식계에 신선한 충격 안겨
관현악곡 23개 엮어 음반 발매
하얀 사제복을 입은 발레리나가 무릎을 꿇는다. 남자 무용수는 세례를 해주듯 정수리를 짚는다. 홀린 듯 일어난 발레리나는 발레리노와 뒤엉켜 파드되(2인무)를 춘다. 악귀를 쫓는 듯한 손동작에 두 무용수의 몸통이 흐느적거린다. 기괴하면서 경이롭다.
지난해 7월 1일 프랑스 보르도 대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발레극 ‘신화(Mythologies)’의 한 장면이다. 개막 전부터 프랑스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현대 무용의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주가 총감독을 맡아서다. 그는 고대 그리스 신화부터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신화론>까지 20가지 신화를 군무로 풀어냈다. 원시를 표현한 투박한 동작과 고상한 군무를 한데 엮었다.
초연 후 호평이 잇따랐다. 프랑스 일간지 르에코는 “따뜻하면서 두려운 감정을 안겨준다”고 썼다. 예술잡지 텔레라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염함”이라고 평가했다. 춤과 함께 비평가들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게 있다. 파격적인 안무를 발레곡이 뒷받침했다는 것. 일렉트로닉 댄스음악(EDM)의 거장 토머스 방갈테르(48) 얘기다. 그는 ‘신화’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첫 번째 발레곡이지만 방갈테르의 탁월함이 돋보인다. 전자음악처럼 관현악곡을 다뤄서다. 듣다 보면 묘한 구석이 있다. 묵직한 저음을 내는 더블베이스(콘트라베이스)로 비트를 찍었다. 바이올린은 신시사이저처럼 여러 음을 매끄럽게 잇는 글리산도 주법을 들려준다.
전개 방식도 다채롭다. 화음을 단순하게 조합한 바로크 시대 음악부터 현대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처럼 전위적인 화음을 선보인다. 텔레라마는 “듣다 보면 도취될 정도”라고 호평했다. 르에코는 “미니멀리즘의 대가 필립 글라스의 서정성과 버나드 허먼의 서스펜스가 한데 섞여 있다”고 했다. 버나드 허먼은 엘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싸이코’ ‘현기증’ 등의 음악 감독을 맡은 작곡가다. 방갈테르는 클래식 작곡가가 아니어서 양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프랑스 EDM 듀오 ‘다프트 펑크’의 멤버로 유명하다. 기 마누엘 드 오멩크리스토와 함께 1993년 결성했다. 이들은 1997년 데뷔 음반 ‘다 펑크’를 낸 뒤 미국 빌보드 댄스 차트 1위에 오르며 이름값을 높였다.
2014년 그래미어워드에선 5관왕을 차지했다. 주요 4개 부문 중 ‘올해의 음반’ ‘올해의 레코드’ 등 5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EDM 역사상 처음으로 그래미 최고의 영예를 거머쥔 것이다.
다프트 펑크는 28년간 그래미어워드 후보로 12번 선정되고 6번 수상했다. 이들은 2016년 팝 가수 위켄드와 함께 낸 ‘스타보이’로 생애 첫 번째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 대중성도 갖춘 것이다. 정상을 찍고 5년 뒤 미련 없이 해체를 선언했다.
‘전자음악에 몰두하던 작곡가가 무슨 발레 음악이냐’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방갈테르는 가스파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2002년), ‘클라이맥스’(2018) 등 영화 5편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야기에 맞춰 노래를 짜는 데 잔뼈가 굵다.
공연을 놓친 애호가를 위해 방갈테르는 첫 번째 솔로 음반을 낸다. 프렐조카주의 발레극 신화에 쓰인 관현악곡 23개를 엮어 음반으로 선보인다. 로맹 뒤마 지휘자가 국립 보르도 아키텐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했다. 다음달 7일 정식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지난해 7월 1일 프랑스 보르도 대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발레극 ‘신화(Mythologies)’의 한 장면이다. 개막 전부터 프랑스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현대 무용의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주가 총감독을 맡아서다. 그는 고대 그리스 신화부터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신화론>까지 20가지 신화를 군무로 풀어냈다. 원시를 표현한 투박한 동작과 고상한 군무를 한데 엮었다.
초연 후 호평이 잇따랐다. 프랑스 일간지 르에코는 “따뜻하면서 두려운 감정을 안겨준다”고 썼다. 예술잡지 텔레라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염함”이라고 평가했다. 춤과 함께 비평가들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게 있다. 파격적인 안무를 발레곡이 뒷받침했다는 것. 일렉트로닉 댄스음악(EDM)의 거장 토머스 방갈테르(48) 얘기다. 그는 ‘신화’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첫 번째 발레곡이지만 방갈테르의 탁월함이 돋보인다. 전자음악처럼 관현악곡을 다뤄서다. 듣다 보면 묘한 구석이 있다. 묵직한 저음을 내는 더블베이스(콘트라베이스)로 비트를 찍었다. 바이올린은 신시사이저처럼 여러 음을 매끄럽게 잇는 글리산도 주법을 들려준다.
전개 방식도 다채롭다. 화음을 단순하게 조합한 바로크 시대 음악부터 현대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처럼 전위적인 화음을 선보인다. 텔레라마는 “듣다 보면 도취될 정도”라고 호평했다. 르에코는 “미니멀리즘의 대가 필립 글라스의 서정성과 버나드 허먼의 서스펜스가 한데 섞여 있다”고 했다. 버나드 허먼은 엘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싸이코’ ‘현기증’ 등의 음악 감독을 맡은 작곡가다. 방갈테르는 클래식 작곡가가 아니어서 양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프랑스 EDM 듀오 ‘다프트 펑크’의 멤버로 유명하다. 기 마누엘 드 오멩크리스토와 함께 1993년 결성했다. 이들은 1997년 데뷔 음반 ‘다 펑크’를 낸 뒤 미국 빌보드 댄스 차트 1위에 오르며 이름값을 높였다.
2014년 그래미어워드에선 5관왕을 차지했다. 주요 4개 부문 중 ‘올해의 음반’ ‘올해의 레코드’ 등 5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EDM 역사상 처음으로 그래미 최고의 영예를 거머쥔 것이다.
다프트 펑크는 28년간 그래미어워드 후보로 12번 선정되고 6번 수상했다. 이들은 2016년 팝 가수 위켄드와 함께 낸 ‘스타보이’로 생애 첫 번째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 대중성도 갖춘 것이다. 정상을 찍고 5년 뒤 미련 없이 해체를 선언했다.
‘전자음악에 몰두하던 작곡가가 무슨 발레 음악이냐’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방갈테르는 가스파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2002년), ‘클라이맥스’(2018) 등 영화 5편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야기에 맞춰 노래를 짜는 데 잔뼈가 굵다.
공연을 놓친 애호가를 위해 방갈테르는 첫 번째 솔로 음반을 낸다. 프렐조카주의 발레극 신화에 쓰인 관현악곡 23개를 엮어 음반으로 선보인다. 로맹 뒤마 지휘자가 국립 보르도 아키텐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했다. 다음달 7일 정식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