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기·수소차 핵심 부품 지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을 찾아 정의선 회장 등과 면담한 자리에서다. 미래 먹거리 확보와 국내 산업 공동화를 막기 위해 전기차 전환에 나선 기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판매에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를 제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다수 국내 부품 업체는 무방비 상태로 산업구조 격변기를 맞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전기차 시대엔 국내 부품사의 32.3%인 3200여 곳이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이 약 3만 개에서 1만8900개로 줄기 때문이다. 국내 1만여 개인 내연기관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 중 전기차 부품 생산이 가능한 곳은 2%뿐이다. 중소 차 부품사의 83%는 연매출 100억원 미만으로 전기차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미래차 부품 1종 양산에 평균 13개월이 걸리고 개발비용만 13억원이 든다.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아이오닉 5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곳이 SK이노베이션 한온시스템 등 대기업 계열사이거나 중견기업인 이유다. 부품업계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경쟁력도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

국내 전기차 산업 공동화를 막는 일도 시급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된 가운데 현대차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하면 미국 수출이 줄어드는 게 불가피하다. 300여 개에 달하는 현대차그룹 1차 협력사의 절반 이상이 올 상반기 대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울산에도 전용 공장을 짓는 등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부품사들이 제때 사업 재편을 못하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휘발유·디젤차 판매 규제 방침에 따라 현대차도 2035년 유럽, 2040년에는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기로 해 전기차 전환에 부품사들의 생사가 달렸다. 정부는 중소 부품사의 미래차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서둘러 내놔 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아야 한다. 반도체·배터리처럼 전기차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투자 및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