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코로나19 이후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일본을 제외하면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물가가 잡히지 않아 다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태세인 미국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다른 길을 가는 이른바 ‘디커플링(비동조화)’ 흐름이 확산할지 주목된다.

G7 국가 중 첫 금리 동결

'마이웨이' 캐나다, G7 첫 금리 동결…세계 중앙銀 '디커플링' 본격화하나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연 4.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3월 연 0.25%였던 기준금리를 8회 연속 올린 뒤 1년 만에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 캐나다은행은 지난해 7월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올리기도 했다.

캐나다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금리 인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올해 3%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경제지표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기준금리를 연 4.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8.1%(전년 동월 대비)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 1월 5.9%까지 둔화했다.

이 때문에 캐나다은행은 지난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과도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조건부로 금리 인상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인플레 압력이 커지자 지난달 16일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경제가 과열돼 있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이날 캐나다가 계속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금리 인상을 멈췄다.

아시아 국가와 브라질도 금리 동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긴축정책의 영향을 살피거나 경제 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브라질은 지난해 8월 이후 네 번 연속 금리를 올리지 않았고 올 들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카타르 등도 금리 인상을 멈췄다. 지난달 한국도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4월부터 7회 연속 금리를 올린 지 10개월 만이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예상한 대로 둔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통화 가치 하락이 변수

그동안 캐나다는 대체로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올리고 먼저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 주요국의 긴축정책이 본격 시작된 지난해 3월 캐나다은행이 Fed보다 한발 빨리 금리를 올렸다. 미국 투자리서치 업체인 트루인사이트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캐나다의 최종 금리 수준은 미국보다 평균 0.75%포인트 정도 낮았다. 제로엔 블록랜드 트루인사이트 설립자는 “캐나다 최종 금리가 연 4.5%로 유지된다면 현재 연 4.5~4.75%인 Fed의 최종 금리는 연 5.25%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플레가 잡히지 않으면 캐나다 기준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 이날 캐나다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연 2%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CNN에 출연해 “물가 재급등을 막기 위해 조기 금리 완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환율도 변수다. 미국과 캐나다의 긴축 속도 차이로 미국 달러 대비 캐나다달러 가치는 이날까지 5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주요 10개국 통화 중 캐나다달러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외환 전문업체인 모넥스캐나다의 제이 자오 머레이 분석가는 “10일과 14일에 각각 나오는 미국의 2월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캐나다 기준금리와 캐나다달러 가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니 스틸리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사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5.5%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 한 캐나다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연 4.5%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