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酒稅, 물가연동 적절치 않아…재검토 하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9일 “맥주와 탁주의 주세를 물가에 연동하는 제도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세금을 해마다 물가와 연동하다 보니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이 없더라도 세금이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행 세법은 맥주와 탁주에 부과하는 세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매년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70~130% 범위에서 주세 인상률을 정할 수 있다.

추 부총리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5원 안팎의 인상 요인이 생겼을 때 시중에선 세금을 빌미로 몇백원씩 가격을 올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세금이 소비자가격 편승 인상의 기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관가 일각에서는 ‘한 병 6000원’ 논란이 일었던 소주에 이어 맥주와 막걸리의 가격 인상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맥주·탁주의 세금을 술의 양에 따라 부과하는 종량세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2019년까지 모든 주세는 출고가격에 세금이 붙는 종가세였는데, 종가세 제도하에선 국산 술이 수입 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커 맥주와 탁주에 한해 종량세가 도입됐다. 추 부총리는 “종량세는 유지하되, 물가 연동은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향후 종량세는 국회가 일정 시점에 한 번씩 세액을 정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물가 상황과 관련해 “물가가 여전히 높아 국민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2월 상승률은 4.8%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낮아졌고, 3월 상승률은 4%대 초·중반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분기엔 이보다 훨씬 낮은, 어쩌면 3%대 물가 수준을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해 한국의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여전히 올해 경기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 대외 변수가 불확실성 속에서 움직이지만 만약에 (하반기 경제가) 안 좋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세계 경기 흐름은 상저하고의 판단 속에 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