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9년 만에 줄었다. 신용대출은 역대 최장인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금리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여파로 2004~2005년 가계 빚이 줄어든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3000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든 것은 2014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자금대출이 2조5000억원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 매매와 집단대출 관련 자금 수요가 증가했지만 전세자금대출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로 전환했다”며 “대출금리 상승과 전셋값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2조4000억원 줄었다. 2021년 12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에 따라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050조7000억원으로 한 달 새 2조7000억원 줄었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9월 이후 12월을 제외하면 모두 쪼그라들었다. 한은은 “완만한 디레버리징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난해부터 둔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부동산시장 위축이 디레버리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높아진 금리 수준과 주택 가격 하락 기대, 주택경기 순환 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 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근 매매·전세 가격의 동반 하락이 주택경기 둔화와 디레버리징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조미현/임도원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