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3월 정기 주총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남양유업도 이들의 새로운 타깃이 됐습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 행동주의 펀드 주주제안까지 겹치면서 홍원식 회장과 사모펀드는 저 마다 계산법에 따라 주판알을 튕기고 있습니다.

이 내용 유오성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유 기자,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어떤 내용인지 부터 보시죠.

[기자]

지난달 말이죠. 남양유업 지분 3% 정도를 갖고 있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제안을 공개했습니다.

내용을 보면요. 일반 주주의 지분 절반을 주당 82만원에 공개매수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가인 53만 원대보다 1.5배 정도 높은 수준인데요.

2년 전 80만 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경영권 분쟁으로 떨어지면서 손해를 봤으니,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와 함께 5대1 액면분할, 주당 2만원 배당, 감사인 선임 등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앵커]

현재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는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누가 이 제안을 받아야 하는지도 애매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정기주주총회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홍 회장과 그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은 53.08%입니다. 차파트너스운용 측은 한앤컴퍼니 측에도 주주친화적 요구 수용을 위해 협조를 당부하면서도 방점은 홍 회장 일가 측에 뒀습니다.

남양유업은 오늘 이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모두 받아들인다고 공시했습니다.

[앵커]

시장의 관심은 홍 회장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일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과거 사례를 보면 남양유업이 시장과 원활한 소통을 하진 않아왔으니까요.

[기자]

맞습니다. 과거 지분 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배당을 늘리라고 하자, 남양유업은 "지분 6%의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며 거부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이번엔 일부 주주제안 수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법정 싸움의 판세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인가요?

[기자]

홍원식 회장은 2021년 5월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계약을 했다가 이를 번복하면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양측을 불법 쌍방대리하는 바람에 약속받은 권리들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1,2심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대법원 상고를 했지만,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주주 권리 회복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홍 회장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손을 들어주고 용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요.

경우에 따라선 이번 배당이 주주로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거든요. 홍 회장 일가가 가진 남양유업 주식수가 38만주 가량이 되니까 배당안을 받아들이면, 76억 원 이상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앵커]

공개매수 수용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기자]

공개매수 가능성에서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요. 관건은 자금력입니다. 이 제안을 받아 들이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에 가지고 있는 순현금성자산과 부동산자산을 매각하고, 배당가능이익을 활용한다면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 1,900억 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도 재판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홍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앤컴퍼니 측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일수도 있겠는데, 한앤코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런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한앤코는 소송에 이겨도 빈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가져갈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만약 홍 회장이 주주제안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하고, 이 선택이 불리하다고 판단된다면 한앤코는 법원에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텐데요.

앞서 2021년 10월에도 남양유업이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가지고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 적이 있는데, 이 때 법원이 한앤코가 홍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한앤코 손을 들어준 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주주제안의 경우 홍 회장이 아닌 행동주의 펀드가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주장하면서 전면에 나선 것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반대는 힘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습니다.

주주총회 이달 말인 31일 열리는데요. 3천억원 대 지분을 두고 벌어진 경영권 분쟁 상황에 돌발 변수가 나타난 상황인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유오성기자 osyou@wowtv.co.kr
행동주의 펀드 "배당 늘려라"…남양유업 회장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