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이상무!"…새벽3시 회장에게 문자 보낸 직원의 최후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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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팀’의 주역들
(1) ‘중국의 제2 머스크’ 톰 주
중국공장 9개월 만에 완공한 '워커홀릭 불도저'
“누가 출근 안해?” 단톡방에 사진 올리고 닥달
'코로나 봉쇄' 공장서 두달 숙식, 정상화 이끌어
머스크도 폭풍 칭찬 “새벽3시 불 밝히고 근무”
공사감독→중국 대표→亞太 총괄→글로벌 총괄
초고속 승진… '테슬라 넘버2'설은 사실무근
(1) ‘중국의 제2 머스크’ 톰 주
중국공장 9개월 만에 완공한 '워커홀릭 불도저'
“누가 출근 안해?” 단톡방에 사진 올리고 닥달
'코로나 봉쇄' 공장서 두달 숙식, 정상화 이끌어
머스크도 폭풍 칭찬 “새벽3시 불 밝히고 근무”
공사감독→중국 대표→亞太 총괄→글로벌 총괄
초고속 승진… '테슬라 넘버2'설은 사실무근
“저 다부진 눈빛의 동양인은 대체 누구인가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테슬라 기가 팩토리. 3시간 넘게 진행된 테슬라 ‘투자자의 날’ 프레젠테이션은 △‘장기 청사진’ 마스터플랜3 △디자인 △자율주행 △생산 △충전 △테슬라봇 △에너지 등 다양한 주제의 발표와 함께 끝납니다. 잠시 후 질의응답 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17명의 사람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회사 주요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일부 언론은 머스크가 작년 10월 트위터 인수 이후 불거진 ‘키맨 리스크(권력 집중의 폐해)’를 불식시키려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많은 차기 CEO 후보군을 소개하는 자리였다는 겁니다. 이들 중 가장 대중의 시선을 끈 이가 있었습니다. 톰 주(Tom Zhu·중국명 주샤오퉁·朱曉彤) 글로벌 생산·판매·배송서비스 총괄(부사장)입니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기가팩토리 생산 현황과 함께 ‘더 빨리 차를 만드는 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톰 주는 최근 일부 테슬라 팬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라이징 스타’입니다. 트위터엔 ‘차기 테슬라 CEO는 톰 주가 될 것이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옵니다. 공동창업자 마틴 에버하드의 2007년 퇴진 후 머스크 1인에 관심이 집중됐던 ‘테슬라 팬덤’에 매우 이례적 현상입니다. 지난 1월 블룸버그통신은 톰 주를 놓고 ‘머스크에 이어 2인자로 부상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 입사는 2014년입니다. 이전엔 중국 EPC(설계·조달·시공) 회사 카이보그룹에서 일했고 아프리카 건설 프로젝트 컨설팅을 했습니다. 당시 테슬라가 톰 주를 영입한 건 중국 충전망(슈퍼차저) 구축 때문이었습니다. 2015년 머스크는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한 차례 무산됩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대 동창이자 물리학 1등 수재였던 로빈 렌에게 중국 사업 총책임을 맡겼습니다.
그의 업무관리 방식은 머스크를 그대로 빼다 박았습니다. 자정이 지난 후에도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 닦달했고, 걸핏하면 버럭 화를 냈습니다. 빈자리가 보이면 사진을 찍어 회사 채팅방에 올리고 주인은 어디 갔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팀 히긴스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 하루는 현장에서 폭우가 쏟아져 건물 한쪽이 무너지려 했습니다. 톰 주는 “공장을 지키자”며 몸에 흙투성이가 된 채 직원 30명과 양동이로 직접 물을 퍼냈습니다.
톰 주는 공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월세 2000위안(약 38만원)도 안 되는 공공임대 아파트에 거주했습니다. 오전 6시에 사무실에 출근해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시간대가 다른 북미 지사와 소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중국 언론은 그가 대외활동 외엔 언제나 테슬라 로고가 찍힌 잠바를 입고, 직원들의 이메일과 문자에 신속하게 답한다고 전했습니다.
톰 주는 이때부터 두 달간 공장에서 숙식하며 정상화를 이끌었습니다. 밤낮없이 하루 24시간 근무를 한 셈입니다. 그의 충성심에 머스크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작년 5월 머스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중국엔 재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들은 새벽 3시에도 기름을 태우며(불을 밝히며) 공장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톰 주 역시 머스크의 성향을 재빨리 간파했습니다. 업무를 잘 보고해야 보스의 분노를 피하고, 탈 없이 테슬라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행히(?) 머스크가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어서 직접 참견할 수 없다는 게 큰 이점이었습니다. 톰 주는 매일 공장 상황을 사진에 담아 머스크에게 이메일로 보냈고, 몇 주에 한 번씩은 캘리포니아에 가서 대면 보고했습니다(팀 히긴스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
일각에선 그가 ‘머스크의 오른팔’이자 테슬라 2인자의 자리에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날 단상에 오른 임원들의 좌석 배치를 보면, 아직 톰 주가 그 정도 위치에 오르진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머스크의 양옆엔 드루 바글리노 최고기술책임자(CTO·수석 부사장)와 잭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앉았습니다. 이들이 테슬라 내 서열 2, 3위임을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머스크는 테슬라의 멕시코 신공장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기가 멕시코 건설은 톰 주가 총지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행사가 끝난 후 한 트위터 사용자와 인터뷰에서 “기가멕시코 건설 기간을 기가상하이의 9개월보다 더 빨리 끝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에 멕시코 공장의 차량 생산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남자가 ‘테슬라 2인자’는 아닐지 몰라도, 야심만은 이미 그 자리에 오른 듯합니다.
현재 테슬라는 글로벌 차량 가격 인하에도 수요 부진 우려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회사는 올해 차량 180만대 인도를 내걸었습니다. 경기 불황기에 만만치 않은 목표입니다. 톰 주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보스’ 머스크의 마음을 또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임무는 막중하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 2편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테슬라 기가 팩토리. 3시간 넘게 진행된 테슬라 ‘투자자의 날’ 프레젠테이션은 △‘장기 청사진’ 마스터플랜3 △디자인 △자율주행 △생산 △충전 △테슬라봇 △에너지 등 다양한 주제의 발표와 함께 끝납니다. 잠시 후 질의응답 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17명의 사람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회사 주요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일부 언론은 머스크가 작년 10월 트위터 인수 이후 불거진 ‘키맨 리스크(권력 집중의 폐해)’를 불식시키려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많은 차기 CEO 후보군을 소개하는 자리였다는 겁니다. 이들 중 가장 대중의 시선을 끈 이가 있었습니다. 톰 주(Tom Zhu·중국명 주샤오퉁·朱曉彤) 글로벌 생산·판매·배송서비스 총괄(부사장)입니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기가팩토리 생산 현황과 함께 ‘더 빨리 차를 만드는 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톰 주는 최근 일부 테슬라 팬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라이징 스타’입니다. 트위터엔 ‘차기 테슬라 CEO는 톰 주가 될 것이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옵니다. 공동창업자 마틴 에버하드의 2007년 퇴진 후 머스크 1인에 관심이 집중됐던 ‘테슬라 팬덤’에 매우 이례적 현상입니다. 지난 1월 블룸버그통신은 톰 주를 놓고 ‘머스크에 이어 2인자로 부상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톰 주는 누구… ‘머스크 대학 동창’이 영입
톰 주의 개인 정보는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나이도 결혼 여부도 확실치 않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중국에서 태어났고 뉴질랜드에 이민해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4년 뉴질랜드 오클랜드공과대(AUT)를 졸업하고, 2010년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MBA(경영학 석사)를 이수했습니다. 학력으로 보면 40대 초반으로 추정됩니다.테슬라 입사는 2014년입니다. 이전엔 중국 EPC(설계·조달·시공) 회사 카이보그룹에서 일했고 아프리카 건설 프로젝트 컨설팅을 했습니다. 당시 테슬라가 톰 주를 영입한 건 중국 충전망(슈퍼차저) 구축 때문이었습니다. 2015년 머스크는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한 차례 무산됩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대 동창이자 물리학 1등 수재였던 로빈 렌에게 중국 사업 총책임을 맡겼습니다.
머스크 뺨치는 ‘워커홀릭’
2018년 테슬라는 중국 정부와 기가 상하이 건설 최종 계약을 합니다. 렌은 현장 감독으로 톰 주를 지명했습니다. 테슬라의 첫 해외 공장이었던 기가 상하이는 톰 주의 지휘 아래 착공 9개월 만에 초고속 완공됩니다.그의 업무관리 방식은 머스크를 그대로 빼다 박았습니다. 자정이 지난 후에도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 닦달했고, 걸핏하면 버럭 화를 냈습니다. 빈자리가 보이면 사진을 찍어 회사 채팅방에 올리고 주인은 어디 갔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팀 히긴스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 하루는 현장에서 폭우가 쏟아져 건물 한쪽이 무너지려 했습니다. 톰 주는 “공장을 지키자”며 몸에 흙투성이가 된 채 직원 30명과 양동이로 직접 물을 퍼냈습니다.
톰 주는 공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월세 2000위안(약 38만원)도 안 되는 공공임대 아파트에 거주했습니다. 오전 6시에 사무실에 출근해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시간대가 다른 북미 지사와 소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중국 언론은 그가 대외활동 외엔 언제나 테슬라 로고가 찍힌 잠바를 입고, 직원들의 이메일과 문자에 신속하게 답한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땐 공장서 두 달간 숙식
기가상하이 건설의 공을 인정받은 톰 주는 2019년 테슬라 중국법인 대표로 승진합니다. 머스크가 그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건 코로나 사태 때입니다. 지난해 3월 상하이 시내 전체가 봉쇄되자 공장 역시 가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기가상하이는 테슬라 차량 생산의 절반(당시 연간 약 50만대)을 담당하는 핵심 기지입니다. 시장은 우려를 드러냈고 주가는 급락했습니다.톰 주는 이때부터 두 달간 공장에서 숙식하며 정상화를 이끌었습니다. 밤낮없이 하루 24시간 근무를 한 셈입니다. 그의 충성심에 머스크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작년 5월 머스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중국엔 재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들은 새벽 3시에도 기름을 태우며(불을 밝히며) 공장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톰 주 역시 머스크의 성향을 재빨리 간파했습니다. 업무를 잘 보고해야 보스의 분노를 피하고, 탈 없이 테슬라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행히(?) 머스크가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어서 직접 참견할 수 없다는 게 큰 이점이었습니다. 톰 주는 매일 공장 상황을 사진에 담아 머스크에게 이메일로 보냈고, 몇 주에 한 번씩은 캘리포니아에 가서 대면 보고했습니다(팀 히긴스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
테슬라 2인자라고?
회사의 모든 걸 파악하길 원하는 ‘나노 매니저’ 머스크에게 톰 주는 입맛에 딱 맞는 부하였습니다. 작년 7월 테슬라 아시아태평양 책임자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 1월엔 미국 생산과 북미·유럽 판매사업부를 총괄하는 자리에 오릅니다. 중국법인 대표가 된 지 3년 만에 본사 핵심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이었습니다. 차기 핵심 모델 사이버트럭의 출시가 지지부진하자 톰 주라는 해결사를 투입한 겁니다.일각에선 그가 ‘머스크의 오른팔’이자 테슬라 2인자의 자리에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날 단상에 오른 임원들의 좌석 배치를 보면, 아직 톰 주가 그 정도 위치에 오르진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머스크의 양옆엔 드루 바글리노 최고기술책임자(CTO·수석 부사장)와 잭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앉았습니다. 이들이 테슬라 내 서열 2, 3위임을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머스크는 테슬라의 멕시코 신공장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기가 멕시코 건설은 톰 주가 총지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행사가 끝난 후 한 트위터 사용자와 인터뷰에서 “기가멕시코 건설 기간을 기가상하이의 9개월보다 더 빨리 끝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에 멕시코 공장의 차량 생산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남자가 ‘테슬라 2인자’는 아닐지 몰라도, 야심만은 이미 그 자리에 오른 듯합니다.
현재 테슬라는 글로벌 차량 가격 인하에도 수요 부진 우려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회사는 올해 차량 180만대 인도를 내걸었습니다. 경기 불황기에 만만치 않은 목표입니다. 톰 주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보스’ 머스크의 마음을 또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임무는 막중하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 2편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