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원해 7시간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역을 맹공습했다.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으로 가는 전력의 공급이 중단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 새벽(현지시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감행했다. 이 공습으로 우크라이나는 7시간에 걸쳐 공습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경보 발령 시간이 가장 길었다. 우크라이나군 발표에 따르면 이 공격엔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 6기를 포함한 미사일 81기, 자폭 드론 8기가 동원됐다. 공격 지역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제 2의 도시인 하르키우, 항구도시 오데사를 포함해 10개 지역에 달했다.

우크라이나는 미사일 34기, 자폭 드론 4기를 요격하는 데 성공했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5명, 남동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에서 1명이 숨졌다. 유리 이흐나트 공군 대변인은 “매우 다양한 미사일을 섞어 쓴 최초의 대규모 공격”이라며 “지금까지 이런 공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킨잘 미사일을 거론하며 “우리는 이러한 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의 전력 공급도 끊겼다. 우크라이나 원전 기업인 에네르고아톰에 따르면 이 원전은 비상용 디젤 발전기를 가동해 비상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 원전이 보유하고 있는 디젤은 10일간 사용 가능한 양이다. 향후 전력이 끊기면 원자로 과열로 핵연료봉이 녹으면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는 인구의 40%가 정전 여파로 난방이 불가능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적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협하고자 미사일 81기를 발사하는 보잘것없는 전술로 돌아갔다”며 “그들은 단지 민간인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일 브란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이 조직한 테러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대규모 보복 공격을 가했다”며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해 고정밀 장거리 무기가 우크라이나의 기반시설, 방산업체,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목표물을 타격해 공격 목표가 달성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브란스크주에 우크라이나측 무장단체가 침입해 민간인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