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보려고 3개월 기다렸습니다. 넷플릭스를 끊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40대 직장인 박모 씨)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의 잇따른 흥행으로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 '원톱'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공유 계정 유료화를 앞두고 이용자들 비판이 거세지만, 한국 콘텐츠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배짱 영업을 이어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10일 오후 자체 제작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2(9~16회)를 공개한다. 지난해 12월30일 파트1(1~8회) 공개 후 약 3개월 만이다.

16부작을 2개 파트로 나눠 공개한 넷플릭스의 '속 보이는' 전략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파트2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고조됐다.

넷플릭스 코리아가 2주 전 유튜브 계정에 올린 더 글로리 파트2 예고편은 이날 기준 조회수 540만회를 넘고 댓글 5000개에 육박했다. 파트2 공개에 앞서 파트1 내용을 돌아보며 문제를 풀어보는 중간고사 이벤트는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됐다.

더 글로리는 파트1 공개 직후부터 이날까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 행진을 계속했다. OTT 화제성 드라마 시리즈 부문 4주 연속 1위를 달렸고,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의 대사인 "연진아"는 올들어 온라인을 가장 뜨겁게 달군 '밈(meme·유행어)'이 됐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구독자 유치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넷플릭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1258만명으로 전월 대비 약 97만명 늘었다.

같은 기간 티빙(515만명) 쿠팡플레이(439만명) 웨이브(401만명)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토종 OTT들은 넷플릭스의 독주를 끊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벌어진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용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고객 편의 대신 화제성과 가입자 유치를 택한 넷플릭스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올 상반기 도입을 예고한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도 시장 1위 지위를 이용한 배짱 영업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용자들의 거센 원성에도 넷플릭스는 파트 쪼개기 전략과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고수할 전망이다. 이용자 유입과 구독 유지에 자체 제작한 '킬러 콘텐츠'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가 투자, MBC가 제작한 '피지컬: 100'.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투자, MBC가 제작한 '피지컬: 100'.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더 글로리와 같은 한국 콘텐츠로 꾸준히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킹덤', '오징어게임'을 필두로 '지금 우리 학교는', '수리남', '지옥' 등 한국 콘텐츠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연달아 히트를 쳤다.

최근 선보인 '피지컬: 100'과 '나는 신이다'도 연일 화제다. 지상파 채널인 MBC가 넷플릭스 투자를 받아 제작한 프로그램들로 넷플릭스가 독점 공개했다. 영화계뿐 아니라 방송계에서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K-콘텐츠 28편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드라마 15편, 영화 6편, 예능 5편, 다큐멘터리 2편이다.

강동한 넷플릭스 코리아 부대표(VP)는 "'킹덤'으로 시작된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는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엔터테인먼트 팬 만족과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긍정적 성과를 달성했다"며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와 전문가 양성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