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음악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부활한 LP/ 사진=AP
최근 미국 음악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부활한 LP/ 사진=AP
지난해 미국에서 1987년 이후 처음으로 LP 판매량이 CD 판매량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뉴트로(New+Retro) 열풍을 타며 음악 감상 방식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는 지난해 미국에서 LP 음반이 1987년 이후 35년 만에 CD 판매량을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LP 판매량은 4100만장을 기록했다. CD는 3300만장 팔렸다.

바이닐(Vinyl) 레코드로 불리는 아날로그 저장매체인 LP는 1982년 CD가 출시된 뒤 음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축소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디 록 밴드 팬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LP 수요가 다시 늘었다고 분석했다. LP 음반이 내는 특유의 음색이 과거 록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LP 매출액은 12억 달러(약 1조 5840억원)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2년 전에 비해선 2배 이상 커졌다. 16년 연속 전년 대비 성장한 것이다.

전체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7.7%를 기록했다. 음반 시장만 놓고 보면 CD, DVD, 카세트테이프 등을 제치고 1위(71%)를 차지했다.

지난해 CD 매출액은 4억 8000만달러(약 6336억원)를 기록했다. 2021년(5억 9000만달러)에 비해 18%가량 줄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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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도 활성화됐다. 지난해 스포티파이, 유튜브 등 실시간 음악 감상 플랫폼의 매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102억달러를 기록했다. 기록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겼다. 스트리밍 플랫폼 구독자 수도 9200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800만명 늘어난 수치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대중화되면서 LP가 부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제가 쉬운 CD와 달리 LP는 다품종소량생산만 가능하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LP를 장인 정신이 깃든 제품으로 여겼다. 바이닐을 깎아내고 홈을 파 압축하는 제작 과정이 조형 예술과 비슷해서다.

다양한 형태를 갖춘 LP가 출시된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빌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LP 판매량 상위 10개 중 8개가 색을 첨가하는 등 원본에서 변형한 LP였다.

WSJ은 "야광 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제작되는 LP는 소비자들이 음악을 '소유'하게끔 해준다"며 "최근에는 향기를 추가하는 기술이 개발되며 LP 종류가 더 다채로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