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국가수사본부'…다큐, OTT로 가니 달라졌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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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판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이번에는 다큐멘터리로 콘텐츠 업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각종 규제 탓에 지상파에서는 다룰 수 없었던 민감한 주제에 과감하게 다가서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을 비롯해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과 관련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3일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한국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종교의 인간 착취와 반인륜적인 범죄를 다룬 '나는 신이다'가 불러온 파장은 컸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JMS 정명석에 대한 이야기는 큰 충격을 안겼다. 신도들을 상대로 그가 저지른 각종 성범죄 혐의가 피해자의 증언과 함께 적나라하게 전해졌다. 온라인상에서는 교회를 비롯해 카페, 미장원 등 JMS와 관련된 곳들의 주소 리스트가 공유되며 신도 색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는 연예계로도 확장돼 그룹 DKZ 경윤이 부모의 탈교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MBC 소속으로, 그는 지상파가 아닌 OTT를 공개 창구로 택했다. 당초 MBC 제작물로 기획했으나 엎어지면서 넷플릭스에 제안했다. 제작 기간은 총 2년, 만난 사람만 200명이 넘었다. 지상파가 아닌 OTT가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 PD는 "같은 주제를 'PD수첩'으로 제작했다면 8~10주 정도 시간을 들여 만들었을 것이고 만나는 분들도 훨씬 적었을 것"이라면서 "심층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 편성이나 제작 기간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지상파 방송과의) 큰 차이였다"고 말했다.
시청자들 역시 사회 고발형 다큐멘터리의 범주가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나는 신이다' 전편을 봤다는 A(35)씨는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녹취, 피해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이 너무 적나라해서 놀랐다. 기존 지상파에서는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높은 수위의 장면들이 있어서 당황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사람이 피해자들과 함께 분노하고, 사건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 B(41)씨는 "그동안 봐온 다큐멘터리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안에 대해 일부를 조명하는 게 아닌 깊은 곳까지 낱낱이 보여주는 느낌이라 충격이 두 배가 됐던 것 같다. OTT를 통해 앞으로 더 완성도 있는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호평을 얻고 있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는 웨이브의 '국가수사본부'다.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일선에서 뛰는 현장의 기록을 담은 국가수사본부의 24시간을 치열하게 그려내는 탐사 추적극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당신이 혹하는 사이' 등을 연출했던 배정훈 PD의 OTT 진출작이다.
범죄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 수사 과정을 좇는 방식이 신선하고 현실감 넘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회차 시작마다 '본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역, 사건 등은 모든 실제임을 밝힙니다'라는 자막에도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건 현장이 다소 정제 없이 전해지긴 하지만 이 또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몰입감을 높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가수사본부' 시청자 C(33)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상위 버전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건을 조명하는 데에 집중한다면 이건 진실을 밝히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고,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거나 용의자의 태도에 분노하는 등 여러 감정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현장 검증 자리에 같이 가 있는 것처럼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 'OTT라서 이렇게까지 보여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지상파 규제에서 벗어난 OTT 다큐멘터리에 대한 우려도 있다. '나는 신이다'는 피해 사례를 보여주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선정적이었다는 지적이 일었고, '국가수사본부' 역시 모방범죄 유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나는 신이다' 조 PD는 " 끔찍하고 추악한 일이다. 정명석은 그걸 요구하고 받아서 선정적이라 느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분들은 참담함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넷플릭스에서 이런 장면을 넣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는데 나는 제작자 입장에서 그걸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면서 "문제의식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바도 있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게 하지 않겠다는 제작 의도를 생각하면 이번 형태가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가수사본부'의 배 PD도 "정확히 표현하면 '국가수사본부'가 지향하는 내용은 범죄 현장이 아니고 수사 현장 혹은 검거 현장이기에 소속 형사들의 고민과 노력을 중점적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방송법에 따라 엄격한 심사기준을 거치는 방송 프로그램들과 달리 OTT는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선정성, 폭력성 등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심의기준이 낮을뿐더러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 심사를 받는 영화와 비교해도 연령 확인 및 보호자 동반 등을 확인하는 극장과 달리, OTT 콘텐츠는 집에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5월부터는 OTT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콘텐츠 연령 등급을 분류하는 'OTT 자율등급제'가 본격 시행된다. OTT 자체등급분류는 일정 자격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 영등위의 사전 등급분류없이 스스로 시청 등급을 결정해 콘텐츠를 서비스하도록 한 제도로, 사업자의 자정 능력을 필요로 한다.
채윤희 영등위원장은 "유해한 콘텐츠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목소리가 있는 만큼,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해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안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자체등급 분류 사업자로 지정되면 조직 내 등급분류 책임자를 지정하고, 영등위의 등급분류 업무교육을 연 2회 이상 이수하고, 영등위에 자체등급분류 세부사항 통보 등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을 비롯해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과 관련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3일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한국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종교의 인간 착취와 반인륜적인 범죄를 다룬 '나는 신이다'가 불러온 파장은 컸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JMS 정명석에 대한 이야기는 큰 충격을 안겼다. 신도들을 상대로 그가 저지른 각종 성범죄 혐의가 피해자의 증언과 함께 적나라하게 전해졌다. 온라인상에서는 교회를 비롯해 카페, 미장원 등 JMS와 관련된 곳들의 주소 리스트가 공유되며 신도 색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는 연예계로도 확장돼 그룹 DKZ 경윤이 부모의 탈교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MBC 소속으로, 그는 지상파가 아닌 OTT를 공개 창구로 택했다. 당초 MBC 제작물로 기획했으나 엎어지면서 넷플릭스에 제안했다. 제작 기간은 총 2년, 만난 사람만 200명이 넘었다. 지상파가 아닌 OTT가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 PD는 "같은 주제를 'PD수첩'으로 제작했다면 8~10주 정도 시간을 들여 만들었을 것이고 만나는 분들도 훨씬 적었을 것"이라면서 "심층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 편성이나 제작 기간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지상파 방송과의) 큰 차이였다"고 말했다.
시청자들 역시 사회 고발형 다큐멘터리의 범주가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나는 신이다' 전편을 봤다는 A(35)씨는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녹취, 피해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이 너무 적나라해서 놀랐다. 기존 지상파에서는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높은 수위의 장면들이 있어서 당황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사람이 피해자들과 함께 분노하고, 사건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 B(41)씨는 "그동안 봐온 다큐멘터리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안에 대해 일부를 조명하는 게 아닌 깊은 곳까지 낱낱이 보여주는 느낌이라 충격이 두 배가 됐던 것 같다. OTT를 통해 앞으로 더 완성도 있는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호평을 얻고 있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는 웨이브의 '국가수사본부'다.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일선에서 뛰는 현장의 기록을 담은 국가수사본부의 24시간을 치열하게 그려내는 탐사 추적극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당신이 혹하는 사이' 등을 연출했던 배정훈 PD의 OTT 진출작이다.
범죄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 수사 과정을 좇는 방식이 신선하고 현실감 넘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회차 시작마다 '본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역, 사건 등은 모든 실제임을 밝힙니다'라는 자막에도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건 현장이 다소 정제 없이 전해지긴 하지만 이 또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몰입감을 높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가수사본부' 시청자 C(33)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상위 버전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건을 조명하는 데에 집중한다면 이건 진실을 밝히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고,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거나 용의자의 태도에 분노하는 등 여러 감정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현장 검증 자리에 같이 가 있는 것처럼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 'OTT라서 이렇게까지 보여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지상파 규제에서 벗어난 OTT 다큐멘터리에 대한 우려도 있다. '나는 신이다'는 피해 사례를 보여주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선정적이었다는 지적이 일었고, '국가수사본부' 역시 모방범죄 유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나는 신이다' 조 PD는 " 끔찍하고 추악한 일이다. 정명석은 그걸 요구하고 받아서 선정적이라 느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분들은 참담함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넷플릭스에서 이런 장면을 넣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는데 나는 제작자 입장에서 그걸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면서 "문제의식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바도 있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게 하지 않겠다는 제작 의도를 생각하면 이번 형태가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가수사본부'의 배 PD도 "정확히 표현하면 '국가수사본부'가 지향하는 내용은 범죄 현장이 아니고 수사 현장 혹은 검거 현장이기에 소속 형사들의 고민과 노력을 중점적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방송법에 따라 엄격한 심사기준을 거치는 방송 프로그램들과 달리 OTT는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선정성, 폭력성 등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심의기준이 낮을뿐더러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 심사를 받는 영화와 비교해도 연령 확인 및 보호자 동반 등을 확인하는 극장과 달리, OTT 콘텐츠는 집에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5월부터는 OTT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콘텐츠 연령 등급을 분류하는 'OTT 자율등급제'가 본격 시행된다. OTT 자체등급분류는 일정 자격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 영등위의 사전 등급분류없이 스스로 시청 등급을 결정해 콘텐츠를 서비스하도록 한 제도로, 사업자의 자정 능력을 필요로 한다.
채윤희 영등위원장은 "유해한 콘텐츠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목소리가 있는 만큼,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해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안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자체등급 분류 사업자로 지정되면 조직 내 등급분류 책임자를 지정하고, 영등위의 등급분류 업무교육을 연 2회 이상 이수하고, 영등위에 자체등급분류 세부사항 통보 등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