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T1 탑라이너 제우스(최우제) (제공=LCK)
T1 탑라이너 제우스(최우제) (제공=LCK)
T1은 이번 2023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 명실상부한 최강팀으로 꼽힌다. 리그 막바지인 현재까지 14승 1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와 3승 차이로 큰 격차를 벌려놨다. 경기 내용에서도 '메타'를 주도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운명처럼 오늘(11일) 이번 시즌 유일한 패배를 선사한 한화생명 e스포츠와 맞대결을 펼친다. 오늘 T1이 승리한다면 1라운드 복수와 함께 리그 1위를 시즌 종료 전에 확정 짓게 된다. 경기 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2위 팀이 나머지 경기를 다 이겨도 14승이 최대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지표에선 T1이 앞선다. 첫 번째 타워를 깬 비율이 91%에 달하고 평균 게임시간도 30분 21초로 가장 짧다. 그 외에도 드래곤 획득률, 15분 골드 격차 등에서 모두 1위를 기록 중이다. 2라운드 기세도 좋다. 지난 9일 DRX를 잡아내며 매치 10연승을 기록 중이다. 세트 기준으로도 12연승으로 패배를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화생명은 최근 디플러스 기아와 KT 롤스터 등 서부권 팀과의 경기에서 연달아 패배하며 주춤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결의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지난 1라운드에서도 4연승을 달리던 T1을 멈춰 세운 팀이 한화생명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전력과 기세에서 밀린다고 평가받았던 한화생명은 1세트는 내줬지만 2, 3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T1에 이번 시즌 유일한 패배를 안겼다.
한화생명 e스포츠 킹겐(황성훈) (제공=LCK)
한화생명 e스포츠 킹겐(황성훈) (제공=LCK)
양 팀 간 대결의 핵심은 탑 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T1 제우스(최우제)의 창이 한화생명 킹겐(황성훈)의 방패를 뚫어내느냐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제우스는 이번 시즌 17번의 솔로킬을 선보이며 라인전 단계부터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나르, 제이스, 피오라 등을 주로 선택해 스플릿 운영에서도 상대 라이너를 괴롭히며 T1식 스노우볼 운영의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제우스의 공격 전략이 유독 지난 2022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이후 이번 시즌까지 킹겐의 방패에 번번이 막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라운드 양 팀의 대결 당시에도 킹겐(황성훈)이 당시에 잘 쓰이지 않던 오른, 사이온 등 탱커 챔피언을 꺼내들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상대적으로 제우스의 존재감을 지워내면서 2세트에는 POG(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에 선정되기도 했다.

T1의 정글러 오너(문현준)는 지난 9일 DRX와의 경기 승리 후 인터뷰에서 “(한화생명은) 우리가 이번 스프링에서 처음으로 진 팀”이라며 “복수해 주고 싶고 승리해서 기세를 이어나가고 싶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의 다짐대로 T1이 이번 시즌 유일한 ‘옥에 티’를 스스로 지워내며 리그 1위를 확정 지을 것인지 아니면 한화생명이 또 한 번 T1의 앞길을 막아서며 ‘유일한 천적’으로 자리매김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