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모델하우스에서 시민들이 주택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모델하우스에서 시민들이 주택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방에 쌓이는 미분양 아파트가 위험 한계선을 넘어서도록 쌓이고 있다. 정부의 1·3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청약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에서도 소비자를 유인할 경쟁력을 갖춘 곳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국토교통부의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은 7만 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전체의 85%에 육박하는 6만3102가구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집중됐다. 지방 미분양 물량만으로도 정부가 위험수위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넘어선 것이다.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대구(1만3565가구)는 신규 주택사업 승인도 전면 중단했다.

지방 건설사 폐업도 가시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변경·정정·철회 포함)는 36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에는 충남지역 건설사 우석건설, 경남지역 동원건설산업 등이 부도처리됐다.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와중에 서울 청약 시장은 온기를 띄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지난 7일 1순위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신청하며 198.8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루 뒤인 지난 8일에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전용 29~49㎡ 소형 면적 899가구를 대상으로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 4만1540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46.2대 1로 집계됐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 모델하우스 모습. 사진=우미건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 모델하우스 모습. 사진=우미건설
같은 기간 지방 청약 시장은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경상북도 경산시 '경산서희스타힐스'는 64가구를 대상으로 한 1순위 청약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2순위까지 접수해도 청약자가 5명에 그쳤다.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센트럴파크 남양휴튼'도 71가구를 모집한 1순위 청약 지원자가 3명에 불과했다. 2순위를 합쳐 총 10명이 신청했다.

서울의 규제가 대거 풀리며 그간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 누렸던 풍선효과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지방은 강력한 규제를 피하는 대체 투자처로 떠오른 측면이 있지만, 서울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며 그러한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무순위 청약에서 거주지와 무주택 요건이 폐지되면서 전국의 수요가 몰릴 수 있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하게 서울 청약 시장은 활기를 띄고 지방은 침체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이라도 경쟁력을 갖춘 곳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은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605가구 모집에 6947명이 신청해 11.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센터파크'도 9가구를 모집한 무순위 청약에 885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98.3대 1에 달했다. 충북 청주시 '복대자이 더 스카이' 역시 8.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청약 시장에서 서울이 인기를 얻고 지방은 침체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권역 내 핵심 입지, 저렴한 분양가 등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매력을 갖춘 곳이라면 지방이라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